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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y 19. 2018

글을 쓰는 이유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를 켠다. 심신의 피로가 온 몸을 짓누르지만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에 행복하다. 무슨 글이든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사소한 일에 기뻐하고, 슬프면 눈물 짓고, 내 글을 읽어주는 제자에게 감동 받고, 누군가의 칭찬에 가슴 설레는 조금은 유치한 나 자신을 사랑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 두 달이 조금 지났다. 우연히 엉겁결에 글을 쓰게  아직은 모든 게 미숙하고 부족하다. 그래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 든든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글을 쓴 후 조회 수나 그 밖의 독자의 반응을 확인해 보는 내 모습을 보고 두 마음이 충돌하곤 한다. 독자를 의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로하는 마음과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글을 쓰는 것이 진짜 네 모습이라고 조언하는 마음이 옥신각신 다툰다.

     

 직업은 알게 모르게 어떤 방식으로든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지도해 오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 외에 한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삶의 체험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면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혼 전 특별하고 굵직한 경험 외에  인생의 굴곡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나로서는 책에서 얻은 간접 경험과 상상력주로 글의 소재가 됐기에 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낀다.

     

 언젠가 간단한 소설을 쓰고 합평을 받는 자리에서 어떤 작가 분에게 문학적 감수성이 있다는 소릴 들은 적은 있었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다. 인사치레로 한 말일지라도 당시에는 너무 기쁘고 들떠서 뭔가 이뤄질 것만 같았다. 그것이 자만심이었을까? 그 뒤 무언가 쓰려 했지만 한 줄의 글도 써지지 않았다. 그런 경험을 한 뒤 글은 억지로 잘 쓰려하면, 손에 힘이 들어간 순간 마음에서 멀어지는 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욕심을 버렸다. 좀 못 쓰면 어떤가! 그냥 즐기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현재는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인생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여 현실에 무덤덤해질 나이가 됐건만 마음은 아직도 아이처럼 순수한 그 무엇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에 마음껏 웃고 때론 깜짝 놀란다.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과 행동 하나하너무 사랑스럽다. 때때로 저학년의 경우 책을 읽기 싫다고 앙탈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땐 평소 준비한 무서운 얘기나 웃긴 이야기로 관심을 끌면 아이의 눈은 어느새 초롱초롱해진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삶을 성찰하고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있다. 또한 순간순간의 생각과 느낌을 활자로 풀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물론 기록을 통해 삶을 더 잘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 책,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녹여 다양한 글로 남기고 싶다. 대단한 체험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소하면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나갈 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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