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란 참 묘하다. 짧은 몇 문장이
이렇다 저렇다 설득하지 않는 것이
대단한 표현 아닌 것이
생색 내지 않고 조용히 다가오는 것이
사람의 영혼과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마음 한편이 텅 비어 충족되지 않는 외로움
절대고독 속에 흔들리는 것이
삶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아간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무얼 위해 바쁘게 사는지
아! 나도 흔들리는 갈대처럼
조용히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