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킴 심플 쿠킹 4. 감자와 토마토, 요리를 쓰다.
지금 시간 새벽 1시 55분
몇 시간 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고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인데 '토마토 보리 수프'를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토마토 귀리 수프'이다. 레이먼킴 심플 쿠킹 '감자와 토마토' 책에 나온 요리들을 해 먹으려고 재료를 잔뜩 사 왔는데 그게 벌써 2주 전이다. '감자와 대파 수프'를 먹고 싶었는데 이미 냉장고에서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어제 토마토 한 개를 사 온 것이 기억났고, 냉장고를 뒤져 필요한 재료들을 적당히 꺼냈다. 그리고 요리법을 정독했다. 1~2인분의 레시피가 필요한데 책에서 제시한 건 6인분이니 적당히 감으로 재료의 양을 줄였다. 보리도 없으니 냉동실에 있던 귀리를 꺼냈다. 보리나 귀리나 비슷한 맛이겠지? 닭 육수도 없다... 휴 없는 것 투성이네. 냉동실 바닥에 뒹굴던 버섯 말린 조각 몇 개를 꺼내 일단 육수를 우리기 시작했다. 버섯도 충분히 좋은 육수가 됨을 사찰음식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일단 도전. 양파 작은 것 하나, 당근 1/4조각, 셀러리 1대, 적양배추 한 조각을 1cm*1cm 크기로 자르고, 다진 마늘 한 스푼과 함께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10분간 볶았다. 거기에 믹서기로 곱게 갈아둔 토마토 1개와 월계수 잎 1장, 버섯 우린 물 약 200ml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를 때 불을 껐다. 귀리 두 스푼을 담아둔 그릇에 적당량을 덜어 담았다.
새벽 2시, 한 밤중에 무슨 짓인가 싶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든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메모한다. 뜨끈한 토마토 스푸를 기대했고, 기대 이상의 맛이 난다. 좀 더 진득하게 졸이면 풍미가 더해지겠지만 이 향기를 맡았는데 지금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심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나는 이대로도 좋았지만 소금, 후추 정도를 첨가하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 날이 밝으면 한 번 더 끓여 먹고 싶다. 당장 토마토가 없으니 냉장고에 있는 토마토 주스라도 꺼내어 비슷한 듯 다른 맛으로 만들어먹어야겠다. 환절기 감기 기운 뚝딱!
솔직히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은 나 같은 일반인이 집에서 평범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는 아니다. 일단 재료를 구하기가 어렵다. 칙피(병아리콩)로 가지 스튜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우리 동네 이마트에서는 칙피를 팔지 않는다. 둘째, 요리의 핵심인 육수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거기에서부터 이미 심플 쿠킹이 아니다. 셋째, '요리사의 주방'에만 있을 것 같은 양념들이 필요하다. 타임, 칠리 페퍼, 코리엔더 가루, 몰트 식초, 케이얀 페퍼, 큐민 가루 등등등 이게 뭔지 어디서 파는 건지, 무슨 맛과 향을 가진 건지 알 수 없고 집에 있는 다른 재료로 대체하기도 애매해서 무언가를 해 먹으려다가 좌절했다. 토마토 아보카도 샐러드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레몬이 없어서 넣지 못했지만.
하지만 나만의 상상력으로 없으면 없는 대로 집에 있는 재료로 적당히 재료와 양을 조절했더니 충분히 맛있는 맛이 난다. 요리사가 제시한 그대로의 맛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풍미가 있다. '토마토 보리 수프', 아니 '토마토 귀리 수프'의 신의 한 수는 토마토와 올리브유의 만남, 채소들을 10분 동안 볶는 것과 셀러리이다. 식감과 향이 너무 좋다.
재료나 양념을 적당히 바꿔도 충분히 맛이 있는 요리들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맛은 있겠지만 불친절한 요리책이긴 하다. 책 표지에 '마트에 다 있지만 몰라서 활용 못하는 재료가 울고 있다'라고 쓰여 있지만 우리 동네 마트엔 팔지 않는다.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늘 밤 충동적으로 만든 수프가 충분히 맛있었으니 이번 주말엔 감자와 대파를 구입해와야겠다. 아주 맛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