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아이스 아인슈페너

by 아무

엄한 성질을 긁어모아 떡볶이 가게에 퍼부었다. 현금 없이 떡볶이를 먹으러 간 건 내 잘못이지만 수입 잡히게 하기 싫어 카드기 안 쓰는 걸 누가 모르나, 시장은 원래 카드를 안 쓴다는 핑계가 말도 안 되는 변명처럼 느껴졌다. 자기 실속 차리기 위해 적당히 포장한 구차한 변명을 수긍하고 넘길만한 여유가 지금의 내겐 없다. ATM 기계를 찾아가 만 원을 찾아와 굳이 간이영수증을 써달라고 했다. 맡은 편에 앉아있던 어린 여자아이가 쳐다보길래 나도 같이 쳐다봤다. 쳐다보면 어쩔래, 나도 볼 건데. 심술이 늘어난 만큼 표정도 마음도 사나워졌다.

아이스 아인 슈페너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신경질이 눈 녹듯 사라졌다. 커피집 직원들의 응대 방식도 커피 맛도 커피 볶는 냄새도 모두 좋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곳이었는데 어쩌다 떡볶이에 홀려서 모난 곳을 드러냈다. 성질 더러운 늙은 여자 티를 굳이 낼 필요는 없었는데. 자꾸만 여유를 잃어가는 내가 싫지만, 이 또한 원래 내 모습이겠지.

요즘 사람들과 만남을 피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불쑥불쑥 솟구치는 화를 제어하기가 힘들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몸도 마음도 까칠까칠. 마냥 좋은 게 좋던 그 아이는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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