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by 아무

오늘의 커피

오랜만에 원두를 갈았다.
마지막 원두는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지난주 목요일쯔음? 일주일 중 가장 여유로운 목요일 이 시간.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가장 정신없던, 저녁 약속도 잡지 않는 목요일이었는데 알 수 없는 인생이로구나. 세월 참..
아무튼

드르륵드르륵 원두를 갈고 있으면 마음까지 편해진다. 복잡했던 여러 생각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별 것들이 별게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물이 끓기 전까지 원두를 다 갈아야 식기 전에 예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빠르게 갈아야 팔이 덜 아프다. 주전자에 물을 따르고 적당한 원을 그리며 물을 내린다. 이때에도 잡생각 따위는 할 수 없다. 거품이 잘 올라오고 있나, 주전자 입구와 원두까지 거리는 적당한가, 물을 너무 많이 따르진 않았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량을 내리기 위해, 고작 이 커피 한 잔을 위해 잠시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전기포트, 핸드 드립용 주전자와, 필터, 드리퍼 등 커피 한 잔을 위해 꺼내 놓은 대여섯 가지의 도구들을 제자리로 정리한 후 그제야 커피를 식탁으로 들고 이동. 작고 달달한 무언가를 한 개 꺼내어 한 모금 머금고 글을 쓰기 시작. 휴.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복잡하던 생각들은 이내 정리되거나 사라져 버린다. 사실 나를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걱정거리들은 이만큼의 무게도 없는 것들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쓸데없는 잡생각 따위를 눌러버릴 나만의 긍정적인 루틴이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다. 초콜릿 한 조각을 챙겨 먹었지만 그 칼로리 열 배 이상으로 머릿 속은 가벼워진다.

아침에 내가 했던 고민이 뭐였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아무 지장 없는 그런 생각의 조각들.

여유 가득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일단

이 잔을 다 마시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