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by 아무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적당히 정리하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한
오늘의 커피(마시는 시간의 글쓰기)

평소보다 여유로운 주말 오전이 얼마만인가. 덕분에 오랜만에 원두를 꺼내어 갈았다. 평일 오전, 출근하기 전에 갖는 이 시간과 주말 오전은 질이 다르다. 훨씬 더 여유롭고 온전히 자유롭다. 햇살도 좋고. 9월의 햇살이 느껴진다. 편안한 공기도 느껴지고.

평소처럼 한 잔 분량의 원두를 꺼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두 15g 핸드밀에 넣고 돌렸다. 적당한 힘이 필요한 이 시간. 가끔 한 잔 이상의 원두를 갈다 보면 팔도 아프고 늘어난 원두의 양만큼 길어진 시간이 짜증도 나고 지루하기도 하다. 나에겐 딱 한 잔, 이만큼이 적당하다. 나 하나 챙기고 간수하기에도 벅찬 나라는 작은 사람.
오늘도 커피와 함께한 이 시간 덕분에 나를 돌아본다. 그래서 더 좋아하는 이 시간.

오랜만에 좋아하는 컵을 꺼내고 치즈케이크도 꺼내고, 지난 여행에서 사 온 접시도 꺼내고. 오늘따라 뜸이 잘 들었는지 거품도 예쁘게 올라온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만 매번 다른 느낌, 다른 맛, 다른 향, 다른 기분, 다른 마음을 갖게 하는 이 시간이 좋다. 점점 커피에 중독되어 나에게 만족을 주는 커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오늘만큼은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