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결혼이나 연애 같은 건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건 커피를 선택하는 정도.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것도 벅차고 어렵고 지친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던 십수 년 전엔 마음 맞는 친구와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막 여행’클럽의 일원이었다. 어디든 떠났다가 돌아오면 그뿐이다. 특별한 걸 하지도 않았지만 유쾌했고 행복했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고, 아빠가 되어버린 그들은 여전히 즐겁게 살고 있는지, 나처럼 나이 들고 지쳐버린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어떤 커피를 마실지 생각한다. 어제 마신 스타벅스의 콜드브루는 씁쓸한 맛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출근 전부터 맛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동선이 애매하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더위엔 덜 걷고 가까운 곳의 커피도 나쁘지 않다. 여러 후보지를 고르다 결국 하나를 선택하였다.
그만저만한 선택의 연속인 인생. 그럭저럭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언가를 선택하려고 나는 그렇게 고민을 했나 보다.
맛 좋은 커피를 마시다 막막해져버렸다.
고민을 내려놓고 커피 맛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