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주섬주섬 어제 선물 받은 커피를 꺼내어 몇 가지 습관적인 동작들을 취했다. 물을 데우고 예열하고 뜸을 들이고 빙글빙글 물을 내리고.
세심하고 사랑스러운 지인 덕에 새 원두가 생겼다. 곱게 갈아주어 더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한 오늘의 커피 마시는 시간.
베트남 커피, 비엣남 로부스타
신선하게 보관했다는 지인의 말처럼 고운 원두 위에 부드럽고 큰 거품이 일어났다.
'옥수수차 마시는 기분' 이라고 했는데,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정말 진한 옥수수차 같은 느낌이 든다. 15g의 원두를 꺼냈는데 물을 끊임없이 추가해도 고소함이 살아있다. 신선한 커피에서 풍기는 시큼함을 좋아하는데 시큼한 맛이 전혀 없는 게 신기하다. 요즘 자주 마시는 매머드, 콜롬비아 원두, 셀렉토, 디아더빈스와 다른 원두의 맛과 향.
어렴풋한 기억으로 이 원두는 습식재배(?)되었을 것 같다. 그런 진한 맛과 향이 난다.(아닐지도 모른다.) 내일 또 새로운 마음으로 마셔봐야겠다.
십여 년 전 모임에서(2008년쯤이니 정말 10년 전이네..) S 오빠가 P 오빠에게 선물한다고 건넨 베트남 다람쥐똥 커피를 내가 냅다 뺏어왔다.
'저 주세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맘씨 착한 오빠들은 '허허' 하며 그 커피는 내가 들고 왔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염치없기 그지없다. 그들이 어떤 일로 그 선물을 전하는지도 모른 체, 감사의 표시로 건넨 그 선물을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달라고 했던 건가. 내가 뭐라고.... 평소 차분함(?)과 다르게 아주 자주 생각 없는 말을 종종 한다. 어쩌면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이고, '눈치보는 나' 덕분에 차분함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에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되어 기분이 좋다'는 지인에게
'나도 줘~~'
또다시 별생각 없는 이야기를 건넸고, 맘씨 좋은 지인에게 이렇게 '또' 커피를 선물 받았다.
감사하면서 부끄러운 마음.
생각 좀 하고 말하자.
제발
말조심 좀 하자.
그때 그 오빠들은 내가 그 원두를 뺏어온 걸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걸 보니 하지 말았어야 행동을 한 건 분명하다.
나중에 두 배로 세배로 열 배로....
비싼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오빠들.
이제는 한 명은 유부남이, 한 명은 관계 소홀로 연락 두절이 되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늘 갖고 지내는
내 사람들.
이제는 내 사람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때 내 편이던 사람들.
(그리고 철없고 못된 나.)
맛있는 커피를 다 마시고
일상으로 복귀해야겠다.
고운 커피와 고운 거품
선물 받은 케이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