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오늘의 커피

by 아무

마지막 남아있는 원두를 내렸다. 한 달 만이다. 매일 반복하며 쌓아온 나만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과거가 그리웠던 적은 있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던 적은 없었다. 거의 없었다. 학창 시절, 대학시절도, 청춘도 별로. 늘 지금이 괜찮다고,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기대 같은 것보다는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했더라면 어땠을까.’


요즘엔 종종 과거를 곱씹곤 한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어차피 나는 나니까 별다른 변화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평소 하지 않던 나답지 않은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게 불편하다. 절대 돌이킬 수 없어서일까? 지금 이대로도 한없이 감사해야 할 상황인데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때보다 많이 가졌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더 불안하고 쫓기는 기분이 든다.


예전엔 그저 나를 위해 끄적이면 그만이던 행위와 이 공간에 이제는 힘이 들어간다. 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 무게가 생겼다. 재미도 없어졌고 흥미도 줄었다. 내 마음가짐만 바꿔 먹으면 되는데 그게 왜 이리 어려울까.


이조차도 자연스러운 변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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