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오늘의 커피

by 아무

딱 하나 남아있던 카누에 우유를 데워 라테를 만들었다. 어제부로 원두도 떨어졌고,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뭐든 먹고 싶었다. 몸에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나도 커피를 끊지 못한다. 내게 커피는 담배 같은 것.


요즘은 자동차가 사고 싶어 졌다. 운전하는 게 즐겁지도 않고,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이동 가능한데 굳이 차를 사서 자동차세나 보험료 등을 내고 싶지도 않고, 환경오염을 보태고 싶지도 않았던 나인데, 요즘은 부쩍 차에 관심이 간다.


작년 말 윗집으로 이사 온 신혼부부는 아파트에 처음 이사 온 건지 흥이 많은 사람들인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는 중인지 자신들의 소식을 내게 전해준다. 이동할 때마다 뒤꿈치로 쿵쿵 찍어내어 이동하는 위치를 언제든 알 수 있게 하고, 주말마다 손님이 찾아와 인싸임을 자랑한다. (2019년 12월에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집들이를 해서 일부러 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오기도 했다.)


이곳에 산지 15년쯤 되었는데 한밤중에 시끌벅적 흥에 겨워 떠드는 소리를 듣기는 난생처음이다. 이미 12시도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웅웅대는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고 참 즐겁게 사시는 윗집 부부를 보면서 찾아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뛰쳐나가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친구들과 카톡 수다를 떨며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복수하는 상상을 할 뿐.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차를 살 수는 없으니까,


코로나로 일상이 마비된 요즘, 백수가 되었으니 많은 시간 집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윗집도 마찬가지인지 재택근무인지 아침부터 밤까지 쿵쿵거리는 발소리에 숨이 막힌다.



요즘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무섭고 불편하다. 웬만한 곳은 돌아다니지도 않는 중이지만, 출퇴근이나 이동이 필요할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불안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차가 절실해졌다. 차종도 알아보고,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내 모습도 상상해본다. 차를 사면 이케아도 코스트코도 마음껏 갈 수 있겠지. 훌쩍 여행도 가능할 테고.


오늘 문득 쓰레기 매립지를 늘려야 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일회용품 소비량이 한없이 늘어난 요즘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분류, 처리하지 않으면 수거해가지 않겠다고, 철저하게 분류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도 않는다는 방송과 기사도 봤다.


역시 차는 무리일까.

차를 사고 싶은데 아직은 아닌가? 전기차는 테슬라가 괜찮아 보이던데 그런 걸 살 형편은 못 되는데. 커피 말고 차를 마셔야 하나?


“잘 가~”

윗층에서 안부를 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손님 한 명이 들렀다 가나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간관계도 정리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손님이 자주 찾아오는 윗집 사람들은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인가 보다. 가끔 오는 손님맞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발꿈치는 좀 들고 걸어주었으면.

604호 신혼부부님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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