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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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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Dec 02. 2020

오늘의 커피

망가진 리듬을 살살 달래 가며 조심스레 살아가는 올해. 느려진 리듬이 버거웠다가 뭔가를 만들어대며 소소한 일을 하다가 쉬다가 엉켜버린 컨디션으로 무료하게 오전을 보낸다.


늦은 오전, 선물 받은 원두를 꺼내어 물을 내렸다. 맛이 좋기로 유명하거나 값비싼 원두는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선물한 원두는 항상 옳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쓰지도 읽지도 않는 올해. 어느 해보다 책을 많이 구입했지만, 어느 해보다 책이 읽히지 않는다. 그 시간만큼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하곤 했지만, 그 외 남는 시간을 유튜브나 티빙을 틀어놓고 멍하니 때우게 된다. 느려 터진 코로나 리듬에 몸이 적응해버렸다.


오랜만에 가슴 떨리는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왔지만, 역시나 책장이 넘어가질 않네. 지구 종말이 찾아올 것만 같던 2020 원더 키디의 해는 코로나와 함께 이렇게 보내주어야 할까.


올해에는

통장 잔고가 줄었고, 업무가 줄었고, 인간관계가 줄었다.

하지만 자유 시간이 늘었고, 요리실력이 늘었고 마음의 여유도 늘었다.


종종 거리며 일에 치이던 나를 놓아버리니 나름 괜찮은 여유가 찾아왔다. 집값이나 부동산세가 올랐고 주식이 날뛰고 있다지만 그런 거 하나 없는 내게는 남의 떡일 뿐. 이런 여유가 감사하지만 쓸쓸하기도 하다.


빨래가 다 되었나, 슬슬 빨래를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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