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는 쉽다. 그저 떠오르는 것들을 적으면 된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쓴다는 건 다르다. 좋은 글의 기준이 무얼까. 그게 무엇이든 독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작가가 무엇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가 무엇을 읽고 싶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쓰기는 내가 중심이었다. 나의 마음과 기분을 다스리기 위해 글쓰기를 즐겼다. 글쓰기로 해소되지 않는 무엇이 생긴 후부터는 더 이상 글쓰기를 즐기지 않게 되었다. 글쓰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관심사가 옮겨지기도 했고, 목적 없는 글쓰기가 의미 없게 느껴졌다.
요즘엔 유튜브를 즐겨 본다. 관심 가는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을 ‘구독’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내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내게 괜찮은 콘텐츠를 제공해준다. 힘들게 집중하지 않아도 넘치는 정보를 건네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동엽, 유재석 같은 유명한 사람들의 진행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유튜브 세상 속에는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고, 위트 있게 진행을 잘하는 유튜버들이 정말 많다. 유튜브 세상에서는 그들이 연예인만큼 유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번 틀어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 된다. 유튜브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고요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던 시간에 이제는 유튜브를 본다. 굳이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재미있는 정보가 넘쳐난다. 그렇게 유튜브에 빠진 수개월을 보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인강을 열심히 들었다. 선생님이 씹어주는 강의를 꽤나 열심히 들었지만, 그때 귀와 눈으로 보고 듣던 정보들이 내 지식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교사로 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 그 고급 지식들을 모두 체화시킬 수 있었더라면. 쉽게 찾아온 건 쉽게 사라진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맛 좋은 커피를 맛보고 난 후, 핸드밀과 드리퍼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부터이다.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하면서 원두 취향을 알게 되었고, 맛있게 내리는 방법도 찾았다. 여러 정보를 내가 직접 찾아내어 도전하면서 내 것으로 만든 후부터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기는 내가 무언가를 향한 수단, 해결의 실마리일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욕심냈지만,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나의 강점이자 장점.
쓰기를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