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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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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Nov 18. 2021

아주 조금

오늘의 커피

오랜만에 원두를 샀다. 부드러움에 아주 조금 시큼함이 느껴지는 맛.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danche 지역에서 재배된, ‘wolisho and dega 품종의 원두가 습식 재배된 건가? 이름이 생소하다. 한동안 강한 산미의 에티오피아 g1을 마시다 보니 이 원두가 밍밍하게 느껴지지만 신선한 원두는 늘 옳다.


토요일 휴무, 평일 15~21시, 일요일 14~17시에 영업하는 이곳은 자신만만한 영업시간으로 운영하는 덕에 원두와 더치만 사온 게 전부다. 가격도 맛도 꽤 괜찮아서 다른 곳을 굳이 찾지 않게 된다. 번거롭더라도 원두와 더치를 구입할 때엔 이곳을 찾게 된다. 언젠가 이곳에서 막 내린 커피를 꼭 마셔보고 싶다.


얇은 이불을 덮고 자서 컨디션이 엉망인 오늘, 벌써 12시가 지났다. 만 1년 10개월 동안 운동과 멀어져 살았더니, 몸에 살과 화가 쌓였다. 슬슬 다시 운동하고 싶어 져서 동네에 운동할만한 곳을 알아봤더니, 문 닫은 곳 반, 가격이 오른 곳이 반이다. 이런 게 코로나가 몰고 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인가?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현상도 생겼다.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즐겨 활용되지 않았는데 이젠 온라인 미팅이 일상이 되었다. 당연한 변화를 받아들여야하는데 함께 묻혀 끌려가고 싶지 않은 건 내 욕심이겠지.


요즘은 커피가 맛있지 않다.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이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다. 그저 오늘을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한 도구가 되었을 뿐. 이제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소화제를 꺼내는 게 루틴이 되었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내일 아침에도 커피 한 잔을 내리겠지.


무기력한 일상에서 조금 떠오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아주 조금만 끌어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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