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2017 카페쇼에서 많은 걸 득템(!)해와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것을 마시고 싶어 커피 꾸러미들을 들여다보다 가장 먼저 발견된 커피텍의 젠틀브라운을 꺼냈다. 커피쇼 부스에서 회원가입하고 받아온 원두였는데 아마도 작은 커피숍 같은 곳에 소매 또는 도매로 원두를 파는 원두회사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예전 나의 고객(?) 지인(?)도 원두회사에서 일하셔서 1,000g의 원두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시절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커피 즐기는 지인에게 나눔했었다. 괜시리 3년도 더된 그 원두가 아쉽네?)
오늘은 발효빵에 버터를 바르고 미스고의 대추청과 로얄밀크잼을 발라 간식으로 먹을꺼라 여러맛과 향이 나지 않는 심플한 걸 고르려했는데 젠틀 브라운이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다크 초콜릿과 카카오, 넛 20g이다. 2인분.
원두를 갈고 물을 내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100g의 물에 10g의 원두를 사용한다고 배웠다. 늘 사용하는 원두 담는 숟가락이 10g인줄 알았지.. 당연히....... 그동안 나는 20g의 원두에 100g의 물을 붓고 ‘나는 커피를 잘 못마시니 물을 더 부어 연하게 마셔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카페인에 약하니까 물을 더 섞자라고 생각했는데 물을 더 넣어야 알맞은 농도(?)의 커피가 되는 것이고 그게 보편적인 커피 맛이다. 올 한 해동안 나에게 커피 고문을 해온 나를 반성한다.
커피텍의 샘플 커피, 젠틀 브라운에 써있는 저 20g의 용량 표시 덕분에 또 하나 알게되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정량의 물과 원두를 사용하여 커피를 내렸다.
왠지 싱거운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양이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중독.
중독은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다. 진한 커피에 나를 노출시키고 중독시켰다. 그래서 조금 어색했지만, 커피텍의 원두는 괜찮았다. 신선한 원두에서 생긴다고 생각해온 신선한 거품이 아주 많이 보글보글. 시큼함이라곤 전혀 없는 묵직하고 단백한 겨울의 향.
이 글을 쓰려고 카페쇼에서 받아온 팜플렛을 들여다보니 역시, 내가 맞았군. 후루룩 마시기에 적당했다. 그리고 잼을 바른 빵과 함께하기도 좋았고.
자만은 실수를 낳는다. 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나 자신에게 피해같은 영향을 준 건 확실하다.
커피텍의 원두 하나로 이 작은 순간에도 깨어있어야 함을 다시 상기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