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기다린다.
작년 가을부터 아침 8시면 음악앱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들었다. 우연히 듣게 되었다. 친한 언니들과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다가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듣게 되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전까지는 피아노음악을 듣긴 했지만, 클래식엔 관심이 없었다. 그날 전과 후가 달라졌다. 하루 1시간 정도는 클래식을 듣게 되었다.
아침 김영철의 파워 FM을 듣다가 웅준 님을 알게 되었다. 월요일마다 생방송으로 클래식을 소개해주었다. 약 10분가량 되었던 거 같다. 몇 개월은 라디오에 나오는 것만 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바이브에서 매일 파티룸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클래식을 들으러 갔다. 누군가 선곡해 주면 좋겠다 싶었다. 라디오처럼 중간 음악 소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듣는 분들 사연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재개그도 이어졌다. 매일 듣다 보니 자주 오는 분들 아이디도 익숙해졌다. 직접 만나지는 않아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신기하다.
매일 할 줄 알았는데, 6월 30일 자로 파티룸이 종료되었다. 바이브 정책이 바뀌었다는데, 나는 아쉽게도 저녁방송을 듣지 못해서 이유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쉬움만 크게 남았다.
학창 시절 동률님(가수 김동률)이 라디오를 그만두는 날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같은 시간에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다시 느꼈다. 또 그 시간에는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또 다른 게 떠오른다. 연애할 때, 혹은 친구들과 만날 때 시간에 민감한 편이었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나에겐 참 중요했다.
요즘 내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며,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혼자가 될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아침 8시, 바이브에 들어가면 함께 음악을 듣는 사람들, 클래식을 소개해주는 파티룸 방장이 매일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6월 30일이 마지막 방송이라는 걸 이틀 전에 알게 되었다. 꽤나 큰 상실감을 겪었던 거 같다. 파티룸이 안 열리는 걸 알면서도 같은 시간에 앱이 들어가서 확인했다. 주말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가족들이 모두 출근한 월요일 오전 8시에 파티룸이 열리지 않은 걸 확인하고 마음에 뭔가 쿵 떨어지는 거 같았다.
수요일즈음 되니 매일 같이 듣던 분 중 한 분이 파티룸을 만드셨다. 우리는 함께 음악을 들었다. 알고 보니 나만 허전했던 게 아니었었다. 오늘 아침에도 또 다른 분이 파티룸을 개설해 주셨고, 파티룸 방장님이 내일부터 시즌2로 다시 시작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영원한 건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건 있었다.
영원할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나 혼자 남겨질 거라는 것도 착각이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들이 근처에 있었다.
미처 못 알아채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랬다.
외로운 건
나와 비슷한 누군가 찾지 않고
내 마음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 10시 새로운 파티룸을 알게 되었다.
잠들기 전에 클래식 한 잔하러 가야지.
함께 듣는 분들도 있기에.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