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티스 Jul 14. 2023

달려야 날 수 있다

아이들과 5년만에 제주여행


오후 5시 30분.


오늘은 첫째 아이 합창제가 있었다. 원래 계획은 학교를 이틀 빠지고 제주여행을 하려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색소폰 연주단이다 보니, 빠질 수가 없었다. 원래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고, 다른 숙소로 예약했다.


아침 비행기는 결항이었다. 우리는 오후 비행기라 결항안내 문자가 오지 않았다. 오전 시간동안 포스터작업 마지막 수정작업을 했다. 아이 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픽업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았고, 오전 비행기가 결항된 덕분에(?) 주차장도 널널했다. 다행히 예상시간보다 1시간 넘게 일찍 도착했다. 그 전에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오전에는 배가 아플 정도였다. (논문 스트레스였나;;)


비행기 탑승 수속 전까지 1시간 넘게 기다리다보니 둘째가 계속 옆에서 물었다.

“엄마, 언제 비행기 타요?”

“엄마, 언제 제주도 가요?”


이번에는 제주도에 오는게 목적이었다. 계획도 없었고, 숙소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몇 년 전에 잘 이용했던 호팩매니아 제휴업체에 그냥 예약했다. 그리고 출발.


비행기를 타고 보니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항에 주차되어 있던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 자동차처럼, 고속도로에 올리기 전 꼬불한 입구를 들어가는 것처럼, 한창을 꾸물거렸다. 그러니 아이가 말한다.


“엄마 왜 비행기가 안날아요?”

“바로 못 날아요. 달려야 날 수 있어요.”


비행기는 그러고도 한참 땅위를 달렸다.


그리고 잠시 멈추듯 느려졌다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5시 30분,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5:42분경 드디어 땅에서 떴다.


중부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했다.

남부지방인 우리 동네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정도였다.공항에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비행기 타원형 창밖으로 날씨 변화가 보였다.


비가 오다가

구름을 지나니

맑은 날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 안에도 여러 날씨가 동시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택할 수 있는거였다. 다만 비행기와 같이 이동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멈추기도하고

꼬불한 길을 달리기도 하고

힘껏 달리는 시간도 있었다.



나에겐 요즘 그렇다.

멈추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이렇게 쉼표도 있다.


하지만 날기 위해서는 달려야하는 거였다.

비행기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봄, 여름, 그리고 가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