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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에 대한 깨달음

by 스타티스

2025.2.19 수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사람의 속마음은 어떤지 끊임없이 헤아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 사람만의 매력을 알게 되고 관계가 깊어진다.


감정 이입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나무도 좋고 의자도 좋고, 어떤 사물이든 가능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면

글의 재료와 읽는 사람을 감정 이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다.


-내 인생의 첫 책쓰기, 106쪽-




나는 사랑의 대상을 한정 짓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다는 이유로, 나는 스스로를 사랑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길가에 핀 풀꽃 하나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책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발견했을 때였다.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책이 2008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나는 2011년쯤 그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는 점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꿈을 계속 이고 지고 살아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책은 개정증보판으로 성장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호기심이 많지만 불안도 높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넌 지금 할 수 있는 사람이니?”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매번 망설였다. 상담은 이미 시작했고, 계속하고 있지만,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에 1년을 망설였다. 책쓰기는 더 오래 망설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품어온 꿈인데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문예창작과’로 진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환경적 반대 조건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마흔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또 무엇 때문에 머뭇거리는 걸까.


“너는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니?”


이 질문을 품고 살아온 세월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2011년, ‘꿈꾸는 만년필’이라는 출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아직 그릇이 안 되는구나.”

그때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간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세상에 가닿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 스킬은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솔직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


나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 웨딩플래너가 되었고,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느라 여러 가지를 놓치며 살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결혼’은 내게 중요한 주제다.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싶었지만, 마음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두려움의 핵심은 ‘갈등’이었다.


솔직하게 글을 쓰는 동안 끊임없이 마주할 내적 갈등, 그 글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겪게 될 외적 갈등, 그리고 사회적 역할과 솔직한 나 사이에서 경험할 역할 갈등. 나는 이 모든 갈등이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반응은, 결국 모든 갈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과제와 상관없는 소설책을 읽으며 판단, 선택, 집중으로부터 멀어지려고 애썼다.


나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가?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만약 힘들다면 그만두면 될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2013년, 책쓰기를 포기했던 그때의 나와 한 약속 때문이었다. 나는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생활에서도 나를 잃어버릴 만큼 노력했고, 결혼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끙끙 앓았다. 나는 사랑을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가장 사랑한 것은 글쓰기였다.


언젠가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면서,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그때 책을 쓰자.”


그리고 마흔이 넘어서야, 그 순간이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또다시 내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알겠다. 나는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정말 두려운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그 글로 인해 발생할 갈등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행인 것은, 이제야 그 패턴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서툴고, 남자를 사랑하는 것에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내 삶을 사랑하는 데는 전문가였다.


나는 늘 내 마음을 돌보았고, 이 순간 무엇을 하면 행복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했다.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나의 글을 세상과 사랑할 차례다.




2024년 4월 28일에 시작해서 2025년 2월 19일에 마친 글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ctor Salazar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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