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5 수
스승의 날, 선생님을 찾아간 기억이... 딱 한 번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선생님이 기억에 오래 남아서 6학년 때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찾아갔던 기억이다. 그 이후엔 없다.
난 그리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얼마 전 '무심한'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 또한 멈칫했지만 공감하는 편이다. 특정한 어떤 영역(또는 대상)에 꽂히면 관심, 에너지를 쏟아붓는 편이지만 아닌 영역에는 온도 차이가 크다. 그나마 예전에는 사람에 대해서는 에너지를 아끼려고 노력했으니 얼마나 더했을까. 지금은 선택적으로 다정함과 무심함을 오가는 편이다.
우리 선생님 덕분에 내 안의 다정함과 무심함을 알아차리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다니던 대학원은 졸업하려면 교육분석이 필수였다. 10회기가 졸업 필수 요건이었지만 나는 한분께 40회기 넘게 상담을 받았다. 대학원 5학기 내내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혹은 가족상담 수업에서 만났다. 작년 가을, 선생님을 외부에서 초청 슈퍼바이저로 뵙게 되었다. 보자마자 서로가 반가운 마음이 올라왔다. 선생님께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셨다. 와락 안으셨고, 나 또한 엄마품 같은 따스함을 느꼈다. 한동안은 항상 마음 한편에 선생님을 두고 '선생님은 이럴 때 뭐라고 하셨을까?' 생각하며 살았다. 이제는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방금 알아차렸다.
친정부모님께서 신체적 돌봄(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심)을 해주셨다면, 선생님께 정서적 돌봄을 받은 느낌이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정서적 돌봄을 받은 선생님들이 계신다. 교육분석을 총 네 분께 받았는데, 가장 긴 시간 오래 만나 뵌 분이다. 그리고 첫 번째 나의 상담선생님이시다. 아무래도 '처음'은 의미가 깊은가 보다.
오랜만에 선생님께 슈퍼비전을 받게 되어 보고서 메일을 드리게 되었다. 마감일인 오늘은 마침 스승의 날이다. 선생님께 요즘 내 일상을 전해드리려고 미주알고주알 수다 떨 듯이 메일을 적어내려 갔다. 요즘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선생님이 분명히 내 일상을 궁금해하실 거야 생각하면서 말이다.
갑자기 내 내담자 한 분이 떠오른다. 그분도 나에게 그 마음으로 손 편지를 적지 않았을까. 갑자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이런 순간이 되면 또 갑자기 그동안 상담했던 분들이 기차 지나가듯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선생님도 이 마음이시지 않을까.
오늘 낮에는 그룹슈퍼비전을 받고 왔다. 이 선생님은 또 다른 의미의 선생님이다. 나의 첫 슈퍼바이저 선생님이자 현재 주 슈퍼바이저 선생님이고 월요일 금요일 상담센터에서 만나 뵙는 직장 상사이기도 하다. 나의 첫 상담부터 지금까지 지켜봐 주시고 계시는 분이다.
상담을 시작하고 이어져오면서,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대상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 따뜻함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하루가 바쁘더라도,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선생님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직접 전해드리지는 못하고, 마음만 담은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