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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Sep 20. 2020

마흔살탐색기

내 삶을 운전중입니다.



첫 만남

“어서오세요.”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분이다. 마스크를 쓰고 두 번 만났으나, 나는 행사 인력 중 한 명이었다. 다수 중 한 명으로 한 사람을 대할 때와 사람과 사람으로 일 대 일 만남은 결이 다르다. 공간도 달라졌다. 학교가 아니라, 상담실이었다.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다. 그래서 남겨두기로 마음먹었다.


가는 길

 빨간 불, 잠시 멈춰 섰다. 학교에 들렀다가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가야했다. 예상시간보다 오래 걸렀다. 이 건물 저 건물 왔다갔다하고, 서류에 도장을 받고, 복사하고, 제출하는 일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종이 한 장이 더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나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공동체를 위해서 역할을 맡은 사람이 처리해야하는 일이었다. 공동체에서 벗어나, 한 사람으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무사히 종이가 하는 일을 끝내고,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


규격

 

첫 만남이라, 시간을 구조화시키는 과정이 있었다. 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적어냈고, 상담료, 시간에 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보셨다. 

“밖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할까요? 모르는 척할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도 규격화 될 수 있구나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구나, 이것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어떤 분이 진행하는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떤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언젠가 내담자를 다른 공간에서 만났는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어쩌면 이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한 사람이 꺼내놓는 마음을 다른 사람의 창을 통해 읽는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규격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시간흐름

 50분 동안 내 이야기를 했고, 몇 문장을 말씀하셨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단어 하나가 머리에 맴돈다. 아, 그 말씀하셨구나. 모성애. 다음부터는 필기도구를 챙겨가야지 마음 먹는다.


돌아오는 길

 큰 아이를 낳고 고민하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스물일곱, 나는 엄마가 되었다. 누구는 아이가 낳자마자 그렇게 예쁘다던데,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밤 고민했다.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은 물머금은 솜처럼 내 어깨를 갈수록 짓누르기 시작했다. 책에서 찾으려고 했다. 나는 왜 아이 엄마가 되었으며,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마흔을 석 달 앞두고 있다. 엄마로 13년째 살아가고 있다. 모성애 세글자를 족쇄로 느끼던 내가 그 세월을 어떻게 보냈길래, 처음 만나서 50분 동안 내 삶을 들은 분이 이 세글자를 나에게 다시 전달해주었을까.



앞으로 몇 달은 이 시간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나를 탐색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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