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머릿속
작년 12월 중순이었다.
뇌가 정지한 건 아닐까 싶은 시점이 그때였다. 유난히 할 일이 많았다. 전공 분야 관련해서 경험을 플러스해서 수업을 만들고 있었다. 자료를 모으고, 어떻게 순서를 배치할 것인가 강의법 수업을 들으면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기존에 자료는 많지만, 내 방식대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여러 가지 모임도 있었고, 크리스마스에 가족모임도 있었다. 남편과 내가 주최한 거라 랜덤 선물, 편지 등 소소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내 머리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그동안 신청한 수업들은 얼마나 많은지.
수요일 오전 10시-12시,
목요일 저녁 9시-10시,
nvc연습모임 수요일 저녁 8-10시,
토요일 9-10시 30분,
일요일 10-12시,
+@
게다가 평일은 함께 영어공부 매일 한 챕터, 토지 읽기, 고전 읽기, 자기 돌봄 클럽, 글루틴까지.
주말은 이번주 주말(토, 일) 오전 9시-오후 6시, 반구조화집단상담, 월요일 오후 1시-5시 구조화집단상담, 1월 28,29일 에고그램 심화교육(1박 2일), 1월 13,14일 한국상담심리학회 교육 종일교육, 13일 저녁 9시부터는 2023년 비전워크숍 등 +@(이사준비) + @(강의준비)
적고 보니 24시간을 빠듯하게 꽉꽉 채워서 쓰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몇 년 전에도 이렇게 살았었다. 12월 26일, 인스타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일상을 빠듯하게 살려고 하는지.
한 뼘도 되지 않는 화면에 만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슬픈 거였다. 나는 내 마음을 회피하기 위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스쳐 지나가기 위해서 일상을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채웠다.
많이 채워 넣다가 보니, 다 할 수도 없다. 특히 제일 우선순위 일은 더 외면하고 있었다. 책 읽기, 워크숍 등 신청은 해놓고 다 해내지를 못하니 자책으로 이어졌다. 이 패턴은 내 인생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나 그때보다 지금 더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지난 세월에 대한 애도를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작도 안 한 거였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었다. 마음속으로 진짜 졸업이라고 느꼈던 그날, 집에 오는 길에 꽃다발을 샀다. 다음 날부터 시들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은 더, 그다음 날은 더 말라갔다.
싱싱하게 꽃이 오래가려면 땅 속에 뿌리로 이어져 있어야지. 일단 절화 되는 순간 시들어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도 그럴 것이다. 두 사람 중 누군가 이 관계의 꽃을 꺾는다면, 이 이후는 시들어가겠지.
그 시간에 대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12월 중순 이후로 수시로 울었다. 설거지하다가 울고, 길을 걷다가도 울고, 운전하다가도 울었다. 특히 ‘위연가’를. 들으면서 펑펑 울었다. 울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다.
오늘은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일기로 적었다.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니 말이다.
‘제발, 쉴 수 있게 두면 안 되겠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토닥.‘
‘대신 내 눈 앞에 상황 속에 온전히 걸어들어가서 그
감정을 제대로 느껴보렴.‘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해주고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