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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같이함께

좋은 사람들과 커피 한 잔

일요일 오전과 오후

by 스타티스

남겨두고 싶은 날에 대한 기록


"새벽 5시라도 갈게"

"네???? 제가 힘들어요. 언니들"


나에게는 심리적 안전기지가 있다. 이 언니들을 떠올리면 미소가 떠오른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믿어줄 사람들이다. 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친밀함을 자주 연락하는 것으로 표현하길 힘들어한다. 아무래도 요즘은 할 일이 많아서겠지. 생각해 보면 요즘뿐 아니다. 나는 바쁘게 살아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아무튼 그렇다.



이 언니들은 내가 평일에 바쁜 걸 안다. 또한 한 언니가 9 to 6 근무를 하게 되면서 주말 밖에 시간이 안된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몇 달 만에 우리가 만나게 되었다. 언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희한하게 지난주에도 만난 느낌이다. A언니 아들이 수능 치기 전에도 못 봤으니까 작년 11월 이후에 처음 보는 거다. 헉, 지금 세어보니 5개월 만이다. 우리는 분명 친한데 서로 배려하다 보니 선뜻 만나자고 말을 못 한다. 각자 바쁜 걸 알기 때문이다. B언니도 매일 오후에 일을 하고, 다른 교육 일정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역시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한가 보다.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일요일 오전 7시 30분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새벽에 문을 여는 곳이 별로 없다. 새벽 5시에도 올 수 있단 언니들을 진정시켰다. 논문 쓸 때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는 걸 아는 언니들이다.


"언니, 저 요즘에 늦게 자요. 그래서 그때 못 일어나요. ㅎㅎ"


우리는 가족들 점심을 차려주러 가야 한다고 서로를 배려해서 오전 7:30-11:30 딱 4시간만 알차게 보기로 했다. 5개월 만에 만난 친밀한 사람들이 그 시간 안에 사는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이야기가 안 끝났다. 1차 패스트푸드점, 2차 강변 산책, 3차 우리 집으로 이어졌다. 이사하고 처음으로 손님을 초대했다. 첫째 따님의 손님들은 벌써 여럿이 오고 가셨다. 파자마파티도 하시고. 아직 친정식구들도 초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가족보다 이 언니들이다. 마음속 거리가 그렇다.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니 내면의 깊은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우리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A언니가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우리는 각자 바쁘게 살았음에도 친밀한 이의 아픔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야기 속에 담긴 슬픔에 공감해서 눈물이 났다.


언니는 가까운 친구한테 칼로 베인듯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지혈제를 발라주고 싶은데, 마음에 상처는 그렇다. 자기가 치유해야 한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따갑다.


B언니는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7년 전에만 해도 이 분과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어가 심한 분이었다. 이제는 살면서 깨달음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기쁨도 나누면서 살고 있다.


아침으로는 맥모닝을 먹고, 점심으로 아귀찜을 시켜 먹고,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에 각설탕을 녹여서 달콤 쌉싸름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꼭 만나자며 약속하며 헤어졌다.


어제 힐링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늘 할 일이 두 배가 되었다. 그래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오랜만에 친밀감 에너지칸에 꽉꽉 채워진 느낌이다. 이렇게 한 달을 살아가야지.


서로가 있어서 감사한 사람들과 만남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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