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그들은 바닷가에서 만났다. 첫 만남은 그렇게 인연이 될 줄 몰랐다.
그때 주인공 스즈메는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고 했었더랬다. 하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달라졌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많다. 두 딸과 일요일 아침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각자 소감나누기를 하는데 나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트라우마' 한 사람뿐 아니라 어쩌면 한 고장, 한 지역, 한 나라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의 아픔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6.25를 직접 겪었든 아니든 이 땅의 기억과 함께 살아가듯 말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트라우마를 모두 다 적으려면 이 포스팅으로는 부족할 듯하다. 그래서 오늘은 스즈메의 마음속 어떤 것만 적어두려고 한다. (주인공 이름은 스즈메인데 나는 계속 스드메가 생각난다^^;;;)
영화 줄거리는 앞으로 볼 분들을 위해 생략하려고 한다.
오늘 <불안을 잠재우는 법>이라는 책을 읽는데 한 부분이, 어제 영화 속 스즈메를 떠올리게 했다.
329쪽
불안은 미래지향적 감정입니다. 어차피 미래를 향해 가는 거니까 불안을 이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점점 더 가치 있는 일로 불안해지고 싶습니다. 불안을 다루는 여러 방법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면, 현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불안하다는 것은 잃을 것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중한 것이 있으니 불안합니다.
정말 다 놓아버린 사람에게는 불안이 없습니다.
당장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공황이 오지 않습니다.
330쪽
두려움은 삶의 의지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살고 싶다는 증거입니다.
두려움이 없는 삶을 원했습니다. 그런 삶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려움조차 느끼지 않는 삶이 가장 의미 없습니다. 살아있는 한 불안은 함께합니다. 다만 불안하다고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재앙을 막는 역할을 하는 소타는 겁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스즈메에게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그때 스즈메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힘든 순간을 겪어내고 의지를 하게 되면서 여러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 후 스즈메는 소타에게 이렇게 말한다.
"소타 씨다 없는 세상이 저는 두려워요!"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목숨이 덧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죽음이 항상 곁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기원합니다. 앞으로 1년, 하루, 아니 아주 잠시라고 저희는 오래 살고 싶습니다!!! 용맹하신 큰 신이시여!! 부디, 부디….!! 부탁드리옵나이다!!!!!"
사실 스즈메는 지진으로 엄마를 4살 때 잃었다. 그 후 줄곧 이모와 살아왔다. 이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언니가 남겨둔 조카를 키우며 살아간다. 스즈메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한편에는 이모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지진이 일어난 후 엄마를 잃었을 때 그 아픔도 안고 살아갔을 것이다.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그 장면에 다가가라고 한다. 나도 작업 중인 어떤 장면이 있지만 아직도 힘들다. 영화 속에서 스즈메는 지진으로 엄마를 잃었던 그 마을로 다시 찾아가서 어린 시절 자신과 만난다. 엄마를 찾아 헤매던 그 아이를 만나서 해주고 싶은 말을 건넨다.
"있잖아, 스즈메.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만날 거야.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오고 그것을 수업이 반복라며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 그렇게 되도록 다 정해져 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어.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이 장면을 보는데 눈물이 쉴 새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10살 둘째가 옆에서 엄마 운다고 놀리긴 했지만, 나는 '이 장면을 만나려고 일요일 아침 두 딸과 여기에 앉아있구나!' 느꼈었다.
이 영화는 치유의 영화였다.
10시 줌상담이 있어서 급하게 오늘 글은 마무리.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