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 다른 관점
#월요일 상황
"00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도 듣는 척하면서 잘 안 듣죠. 결국 자기 스타일대로 하는 사람이죠."
슈퍼비전 사례 이야기를 하는데 내 이야기를 하는 걸로 들렸다. 교수님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에게 이렇게 전달하시는구나 싶었다. 그때 내 마음은 그랬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 나쁜 건가?
어쩌면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는 건 아닐까?'
나와 생각의 결이 다른 분이구나 싶었다.
#목요일 상황
오후 7시부터 10시 수업시작 할 때 교수님 첫마디.
"여러분들은 나의 세계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혹시 내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을 과업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이 과정은
나는 어떤 세계를 가지고 있나?
나는 어떤 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매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두 이야기를 내가 엮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두 상황이 겹쳐 보인다.
2011년,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고,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든 말이다. 나는 내가 쓰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내가 진정 좋아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인지 생각하고 산다. 볼펜하나도 그랬다.
월요일 상황에서는 그런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시선이 그랬다. 이질감을 느꼈다. 오늘은 내 귀로 들리는 교수님의 멘트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되는 거였어. 역시.'
이런 느낌이랄까?
오늘 상담자와 내담자 역할 시연하는 실습과정이 있었다. 나는 내담자 역할이었다. 20분 내담자 역할에서 나는 생생하게 살아서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감정을 꺼내어놓았다. 월요일에 느꼈던 이질적인 감정이었다. 나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상담자역할을 하시는 선생님께서 몸에 느껴지는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다. 몸에 어떤 부분에서 그 감정이 느껴지는지 질문하셨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을 승용차 무게만큼 무겁다고 했다.
이제부터 그 감정은 자동차가 되었다. 내 어깨를 떠나서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도로 위로 올라갔다. 그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해 주고 보내버렸다.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부담감과도 맞닿아 있었다. 신기하게도 어깨가 점점 가벼워졌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 교육분석받던 그때가 떠오른다. 주지화가 워낙 심했던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지금은 신체적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때가 20년도였으니, 21,22,23년 4년째이다.
'이렇게도 되는구나!'
오늘 수업하시는 교수님은 내가 느껴봐야지 내담자도 초대할 수 있다고 해주셨다.
또한 따뜻한 내담자가 되는데 내 안에 유리조각이 뭔지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 유리조각의 차가움과 뾰족함이 느껴졌다.
오늘 낮에 상담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예전 교육분석 교수님께 연락드렸다. 아무래도 역전이가 온 거 같아서 슈퍼비전 받고 싶다고 말이다. 시간 약속을 정하고 사례보고서를 보내기로 했다.
나의 유리조각과 만날게 될 거 같은 느낌이다.
오늘 내 새끼손가락이 따끔거려서 보니 손 끝에 1cm가량 배어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다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픔만 남아있을 뿐이다. 신체적 아픔도 그런데 마음의 아픔은 얼마나 상처가 오래갈까.
오늘 상담 장면이 떠올라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담자 보호를 위해 내용을 적을 순 없다.
그 내담자를 위해 나는 어떤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까.
숙제가 아니라 해내야 할 과업이 아니라,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수련시간이었다.
사람마다 역시 맞는 스타일은 따로 있나 보다.
주변에 동기들을 봐도 그렇고
나를 봐도 그랬다.
살아가는데 정답이 있겠냐마는.
*이럴 때는 동료수퍼비전이 딱이라,
오늘 오랜만에 친밀한 동기와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