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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Jan 20. 2019

살균되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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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수업 대신 내어주신 번역 과제를 끝내고 나왔다. 

번역을 조금 빨리 마쳐서,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제출하고 나올 수 있었다. 


한창 수업 중인 교정은 한산했다. 

다 읽지 못해도 반납해야 하는 것이 도서관 책이어서, 다 읽지 못한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을 내어 놓으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도대체 눈이 너무 부셔서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보았더니, 그만 이러한 하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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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카메라 셔터 소리를 유난스럽다 느끼게 되었다. 사진을 잘 찍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은 그 유난을 부려보아야겠다 싶었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찰칵하는 셔터 소리는 녹음되어 있던 음원일 뿐이지만, 내게는 코를 찡긋하게 만드는 추위처럼 상큼했다. 


그 소리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다 살아내지 못한 생도 도서관 책처럼 반납하라고 하면 어쩌나 하던 근심이 햇살에 살균되듯 사라졌다. 







2017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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