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비싼 이불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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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냈다.
가볍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비싼 이불이라는 뜻이다.
덮을 때마다 그저 '좋다-' 하던 이불인데 알고 보니 내가 본가에 들어온다고 엄마가 일부러 새로 장만한 것.
딸이 돌아오기 며칠 전 이불집에 가서 딸이 좋아할 만한 색깔과 모양으로 골라온 것. 그걸 이년 넘게 덮고 있었는데 그런 줄은 몰랐다. 아 어머니.
"너 그것도 몰랐지? 십 년 전에 너 한국 들어왔을 때도 엄마가 일주일 전에 이불집 가서 제일 좋은 이불로 사 왔었어. 넌 그거 한 달도 안 덮고 다시 나갔지만."
"그 이불 지금 어딨어?"
"야 그게 십 년 전이야. 느그 아빠가 계속 덮다가 낡아서 재작년에 버렸지. 너 들어오기 전에."
피곤한 몸뚱이를 벽에 겨우 기대어 앉고 서늘한 무릎 위에 엄마가 사준 이불을 덮었다. 따뜻하고 좋다.
보드라운 이불에 몸을 폭 담그니 이불이 엄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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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같지 않은 엄마와의 시절이 있었다.
아주 긴 시절이었고, 나는 괴로웠다. 엄마도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내게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했다. 여러 해 동안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엄마는 이제 내게 이불 같은 엄마이다.
엄마가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떠올리면 문득문득 눈물이 치솟는다.
생존을 위해 해냈어야 했던 일들을 모조리 해낸 것처럼, 이것마저 끝내 이루었다는 것에 또 눈물이 치솟는다.
무던히 집을 떠나고 싶어 했던 딸은 이제 엄마랑 같이 오래 재미있게 지낼 궁리만 한다.
보실보실한 이불을 부비며, 낡지 마라 낡지 마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