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라가자, 체중계로_ 2

후회에 퉁칠 수 있는 것은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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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2019년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문을 박차고 나가 요가 1회 수업에 참석했다.

고요_ 한 곳에서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실로 오랜만에 가졌다. 몸이 꺄르륵 웃는 듯 반가워하길래 정기수업을 등록하고 나왔다. '몸을 고생시켜 돈을 벌었으니. 몸, 네게 돈을 쓰지 않으면 이건 횡령이지.' 하며 뿌듯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수업 한번 갔다 왔는데 벌써 막 몸을 더 신경 써야 될 것 같아서 괜히 간식도 덜 먹고 물도 많이 먹기를 사흘. (사 개월 아니고 사흘..) 살이 빠진 것 같은 기분에 (음? 사흘인데?) 혈육에게 나 살 좀 빠진 것 같지 않느냐며 대답을 추궁하였더니, "야, 재봐야 알지. 몸무게 재봤어?"

하여 죽은 전자 체중계를 살릴 수은건전지를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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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수은건전지 두 알을 책상 옆에 올려놓고 저 옆 바닥의 체중계를 한번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깐 좀 자신 있었는데 그사이 치토스를 반봉지 먹어치워서 당장이라도 올라가버리겠다던 자신감이 쭈그러들었다.

'내일 송년회가 있으니까 술도 좀 먹을테고... 그리고 이번 주 요가를 못 가니까..

그러니까 다음 주에는 요가를 두 번은 가고.. 그러면 그때 재는 게 낫지 않을까?'

아, 내가 몸이 한 개 더 있었으면 이 머리통에 꿀밤을 한번 시원하게 먹였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그래도, 건전지는 갈아야지.

오늘 재지 않더라도, 재겠다는 마음을 향해 한 손가락을 꿈쩍거려본다.

지나간 나날들을 향한 후회에 퉁칠 수 있는 것은 '지금 바로 움직이기' 뿐이므로. 꿈쩍, 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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