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병이 될 때까지
오늘따라 술이 너무 달았다.
술이 너무 오랜만이었을까.
인생이 너무 쓰다고 느낀 걸까.
우울함을 달래려 마신 한 잔은 또다시 한 잔을 불러오고, 외로움을 달래려 마신 한 잔은 또 다른 한잔을 불러왔다.
누구 한 명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줬다면 좋았을 텐데.
세상 사는 게 그렇듯, 아무도 내 마음의 소리엔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항상 세상살이는 그런 거라며 나를 위로하며 넘겼지만, 오늘따라 흙을 삼킨 것처럼 유연하게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마음이 멍이 들었다.
그 점은 점점 퍼져 내 속을 까맣게 불태웠다.
조금의 관심도 없는 이 세상은 내겐 너무나 고통 그 자체였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애써 무시한 채 그렇게 잔 수를 채워갔다.
어디에도 기댈 수 없다는 절망감이 계속해서 술을 불러왔다.
원래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에 술을 먹지 않지만, 오늘따라 어디라도 기대고 싶었다.
술에 기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지만, 아프게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알코올에 기대 버린 나였다.
알코올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눈물을 애써 참은 채 웃어도 되지 않았을 텐데.
밤이 깊어간다.
술이 너무나도 포근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