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살면서 많은 말씀들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겸손하게 살라는 이야기는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칭찬해도 "아니에요~" 라며 웃으며 넘기는 것.
나의 능력은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노력하는 것.
타인의 능력을 치켜세워주는 행동.
이 모든 게 난 겸손인 줄 알았다.
겸손의 탈을 쓴 악마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겸손의 사전적 정의란, 아래와 같은 뜻을 가진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는 것. 또는, 그 태도.
그런데, 사실 숨겨진 뜻에는 이런 말도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세와 함께, 타인을 존중하고 본인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는 것. 또는, 그 태도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일본어를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시면
나는 "아니에요~ 아직 한참 모자란걸요." 하며 스스로의 능력을 부정했다.
100% 완벽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고, 그렇기에 능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잊게끔.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다.
난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인정하지 않으며,
겸손이라는 사회적 덕목 아래에서 점점 내 존재를 지워나갔다.
스스로가 흐려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잊게 되었고,
나를 진심을 함께해 주던 친구들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내가 왜 사는지 조차도 망각해 버렸다.
그렇게 난 겸손인 척을 한 악마에게 나를 지우도록 허락했고,
그 결과는 10년이 넘도록 낫지 않는 우울증이었다.
내가 나를 조금만 더 인정해 주었다면,
내가 천재적으로 잘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응원했더라면,
과연 이런 일을 겪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다음에 누군가 나에게 칭찬을 해준다면.
그때는 그저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