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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한 문장] : 아버지가 사들고 온 치킨

퇴근길 치킨엔 이유가 있었다.

by 꽃빛달빛

내가 어릴 적이면 아버지가 이유 없이 치킨을 사들고 오시는 날들이 있었다.


어렸기 때문에 마냥 치킨이 좋았고, 그저 내 손에 들려진 닭다리가 맛있었다.


세월이 흘러 나도 어른이 되었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말없이 치킨을 사 오시던 날은 내가 돈을 꼭 벌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버티기 위해,

그 정도로 일이 고된 날이었다는 뜻이었다.


갑자기 없던 약속을 잡고 술 한잔 거하게 하고 들어오신 날은 그만큼 그날의 기억이 아팠기 때문에, 잊고 싶어서 술을 한 잔 하신 거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직장인 6년 차가 된 지금, 내 손엔 똑같이 가족들이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들려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내가 번 돈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으로 꼭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가족들이 내가 사 온 빵을 먹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버틸 때마다,


부모님은 강하다는 걸.


아니, 부모님은 살아남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해 왔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의 어깨는 생각할 수도 없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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