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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감시관들

오늘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

by 꽃빛달빛

백수 생활을 한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너무나 귀찮고, 햇빛 보는 일도 어느 정도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찰나였다.


무기력이 내게 계속 속삭인다.


'어차피 나가면 돈 들 거고, 밖에 나가면 너 만날 사람도 없는데. 뭣하러 나가?'

'이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도 취업이 될까 말까인데, 넌 놀 생각이 드니?'

'그냥 퇴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아직은 이불 품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는 내 속의 자아와 싸우다 보면, 쉽사리 지게 되곤 한다.


어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중 이런 내용을 가진 책이 있었다.

내 몸 안에 있는 여러 개의 감시관 중 유난히 모질게 말을 하거나, 나에게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간신 같은 감시관을 구별해 내라고 말이다.


분명히 지금 내게 말을 거는 감시관들은, 지금은 휴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모질게 말을 거는 존재들이었다.


다만, 햇빛을 보고 바깥공기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어제 깨달았으므로, 오늘도 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무기력해서 마음먹을 때까지 생각보단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난 오늘도 무기력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 정도면 오늘의 삶은 충분히 내가 이끈 것이 아닐까? 싶다.


나를 모질게, 아프게 하는 감시관에게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다. 많이 웃고 싶다.


오늘도 막연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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