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는 너무 독해
나는 습관적으로 약 복용을 종종 잊곤 한다.
물론 이것이 나에게 매우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감기약을 한번 빼먹었다고 삶에 지장이 갈 정도의 무리가 오는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마음의 병은 한두 번만 복용을 잊으면 바로 본인이 이곳에 있음을 알려온다.
심지어 함께 가진 우울증과 ADHD는 자꾸만 약을 잊게끔 만든다.
예를 들어 점심약을 잊었음을 기억해 냈을 땐 이미 자기 전이라던가? 이런 식이다.
오늘 감기몸살이 심하게 올라와, 점심약을 얼떨결에 잊었다.
그 상태로 사람 많은 곳에 오래 있으니,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친한 척 내게 거리를 좁혀왔다.
심장이 쿵쿵 뛰어대고, 온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쏟아져내리는 기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시선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꺼림칙한 느낌.
결국 급히 비상약을 꺼내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언제쯤 약 없이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될까.
괜히 씁쓸해지는 하루였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듯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
내 꿈은 별다른게 없지만, 저 하늘의 구름처럼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우울함은 역시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