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사랑하자. 나를!
살면서 단 한 번도 새해 목표가 제목과 같았던 적이 없다. 운동하기, 건강해지기, 글쓰기, 신춘문예 도전하기, 친구 만들기, 책 N권 읽기, 중국어 배우기 등등 새해 결심목록과 todo list는 항상 차고 넘쳤지만 '나를 사랑하자' 같은 건, 세상에,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왜냐하면, 이 많은 투두리스트들의 배경에는 나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당연히 깔려 있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진짜 아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나 이외의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들을 미칠 듯한 속도로 해내느라, 정작 나는 돌아다보지 못했다. 마치 어린 아기를 집에 놔두고 밖에 나가 하염없이 아기를 찾아 헤매는 부모처럼. 바쁜 하루 하루, 한 해, 두 해 속에 나는 없었다.
아이를 낳고, 종일 홀로 돌보고, 콩알만한 아이가 이제는 제법 엄마,도 하고 집안 여기저기를 조막만한 발로 콩콩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하는 정도까지 자라나도록 기다려주는 동안에도 나는 내가 본래 하던 일과 봉사와 글쓰기와 공모전 준비와 운동을 동시에 해냈다(매일 반복되는 집안일과 며느리+맞딸+와이프 역할은 이미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어 있다). 그걸 다 병행한 내가 자랑스러워서 새삼 여기 적어보는 것이 아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분주히도 도망다녔을까, 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다. 무엇으로부터 도망하였나? 다름 아닌 바로 나로부터. 왜 도망쳤나? 무엇이 두려워서? 왜 나는 나와 친하지 못하고,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를 버리고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미친 듯이 뛰어다녔나.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은 없다. 20여군데 지원한 공모전 모두에서 입선조차 하지 못했다. 일은 일대로, 봉사는 봉사대로, 운동은 운동대로. 순간마다 최선을,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 모든 활동의 중심에 '나'가 빠져있으니 제대로 될 리가. 간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잠을 청해오는 강아지같은 내 아기를 토닥이며 문득 깨달았다. 이 와중에 너 하나만은 제대로 자라주었네. 기특한 내 새꾸!
나를 사랑하자. 그 한마디가 마음을 새삼 설레게 한다. 남 입에서 책에서 티비에서만 흘러나오던 공허한 한마디가 내 가슴으로부터 들려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올해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생전 처음으로, 새해가 기다려진다. 나를 사랑하는 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