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혼밥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훈계'하는 듯한 미디어 메시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았을때도 혼밥을 하면 함밥(함께 밥먹기)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고, 더 빨리 먹게 되어서 영양 균형 면이나 식사의 질 면에서 모두 나빠진다는 것이다.
글쎄?
과학이니 미디어니 하는 걸 다 차치하고, 철저히 내 경험을 위주로만 말해보자면 혼밥은 꽤 건강한 편이다. 물론, 약간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잘 챙겨먹겠다는 일념이 첫번째다. '귀찮아~ 대충 먹지 뭐~' 하는 마음이라면 조금 곤란하다. 단 한 끼라도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등 어떻게든 좀 골고루 먹어보겠다는 다짐이 있다면 그에 맞춰 식단을 짜게 된다. 다음으로는 여유를 갖고 먹겠다는 마음이다. '빨리 먹고 일하자' 따위의 생각으로는 밥 먹는 바로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최소 20분에서 30분은 들이겠다, 는 생각으로 꼭꼭 씹다보면 아무렇게나 삼키거나 들이마신 게 아니라 제대로 먹었다는 포만감을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바로 '나는 소중하다'는 마음. 나는 소중한 사람이기에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하고, 그 첫번째가 곧 끼니를 살뜰히 챙기는 일이다. '행그리hangry(먹지 못해 화가 남)'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밥은 말그대로 우리들의 피와 살이 된다. 밥을 먹지 못한 신체와 정신은 온통 날카로워진다.
혼밥하는 사람들이 혼밥하고 싶어서 혼밥하는 걸까? 혼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혼밥하고 있는 사람에게 혼밥하면 건강을 망친다고 훈계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다른 이들과 함께 밥을 먹느니 차라리 혼자 먹으면서 스스로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밥 먹을 때만큼은 '나 자신'이고 싶어서 혼밥하는 사람도 있다. 타인과 보조를 맞추기엔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서 혼밥하는 사람도 있다. 남들 다 먹는 시간에 나가 꾸역꾸역 먹는 게 싫어서 혼밥하는 사람도 있다. 밖에 나가 먹으면 필요 이상의 돈을 쓰게 되니 절약 차원에서 혼밥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걸 다 떠나, 타인과 함께 밥을 나눌 시간적, 정신적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아 사무실 책상에서 억지로 혼밥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래서 혼밥이 건강하지 않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참 밉다.
결론은, 혼밥이든 함밥이든 다 큰 성인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고, 사회는 한 개인이 어떤 형태로 밥을 먹든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건강 타령도 정도껏 해야 건강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