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꽃을 보셨나요?

by 황현경

일하러 가는 길에 늘 공원 사잇길로 간다. 이팝나무, 벚나무, 쪽동백나무, 매화나무 등 많은 나무가 있고 나무 덱으로 된 다리가 있다. 다리 밑에는 물이 소리 없이 천천히 흐른다. 작은 개울이다. 노랑 창포나 부들이 피어나는 곳이다. 비 오기 전날이면 개구리가 개굴개굴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 지나가면서 가끔 개울을 내려다보곤 한다. 나무 덱으로 만든 다리는 걷기에도 발이 편해서 좋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장미 덩굴이 보이고 활엽수 나무와 매화나무가 서 있다. 그 옆으로 서 있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곳인데 처음 보는 꽃이 있어 가까이 가 보았다. 벚꽃보다 크고 진한 분홍색이다. 활짝 펼친 다섯 장의 꽃잎이 화려하고 가운데 꽃술이 다른 꽃에 비해 크고 아름다워 보인다. 초록색 나뭇잎 위에 화려한 진분홍색 꽃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황후의 모습처럼 기품 있어 보인다. 지나다니며 모과 향이 풍길 때마다 바라보고 향을 음미하던 나무인데 꽃은 처음 보았다. 모과는 못생긴 과일인데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화려한 모과나무꽃이 지고 푸른 감이 열리듯 모과가 열렸다. 어제 온 비로 세수하고 아직 채 닦지 못한 얼굴은 말간 햇볕에 싱싱함을 뽐내는 것 같다. 이제 물을 먹고 햇볕을 쬐고 살랑살랑 바람을 맞으며 모과는 자라겠지. 초록 초록 이파리를 닮아 풋풋한 사춘기 아이처럼 삐뚜름한 모습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제 몸피를 키우며 속을 채우겠지. 얼마만큼 가득 차야 노랗게 익어 갈까? 얼마나 더 자라면 달콤한 향기를 풍길까 공원에 서 있는 모과나무를 유심히 보며 지나간다.


모과의 원산지는 중국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자란다. 모과는 흔히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속담도 있다. 하지만 모과는 ‘세 번 놀라는 과일’이라고도 한다. 꽃이 아름다운 데 비해 열매는 못생겨서 한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매우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좋은 데 비하여 맛이 없고 먹을 수가 없어서 3번 놀란다고 한다. 거기에 과실이 아니라 목재도 목질이 좋고 한약재로도 사용하여 쓰임새가 많아서 네 번 놀란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탱자는 매끈해도 거지 손에서 놀고, 모과는 없어도 선비 손에서 논다.’라는 속담도 있다. 모과는 설탕에 재어서 모과차, 꿀에 조려서 정과를 만들기도 한다. 술도 담그고 한방에서는 약으로 쓰는데 기관지 질환이나 가래, 천식, 소화작용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방향제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오래전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하고 나서 원장님이 모과 두 개를 주면서 모과차를 만들어 먹으라고 하셨다. 모과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고맙게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향기가 진하고 은은했다. 식탁 위에 올려두니 거실에 모과 향이 가득하다. 이렇게 향이 좋아 방향제로도 쓰이나 보다. 차 안에 많이 두는데 차가 급정거 시 모과가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모과를 이삼일 두고 보다가 모과를 씻어서 잘랐다. 모과는 단단해서 자르기가 쉽지 않았다. 칼을 곧추세워 조심스럽게 칼끝을 찔러 넣었다. 힘들게 여러 번 칼질해서 반을 자르고 엎어놓고 얇게 저몄다. 유리병을 열탕소독하고 모과 무게만큼 설탕을 준비해서 한켜 한켜 깔았다. 설탕을 넣고 모과를 넣고 금방 작은 병에 가득 채워졌다. 며칠 지나서 설탕이 녹고 난 뒤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셨다. 칼칼했던 목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못생긴 열매지만 모과는 여러 가지로 쓰임이 많은 과일이다. 모과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언제쯤 노랗게 익어갈까? 여름내 쨍쨍한 햇살 아래 피부 태닝을 하며 불볕더위에 구워져 노랗게 익겠구나. 노랗게 익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향기가 날까? 노랗게 익는 계절이 오면 또 한 해가 지나고 있구나! 섭섭한 마음이 들 것 같으면서도, 봄이 오면 더 아름다워진 모과꽃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다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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