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화장실로 들어가는 외진 곳에 공중전화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작은 물품 보관함이 있고 즉석 사진기 부스가 있었습니다.
공중전화에는 60원의 잔액이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통화를 하고 남은 돈이 아까워 누구라도 쓰라고 전화기를 끊지 않고 올려놓고 갔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지요. 동전을 넣어 전화를 걸고 통화가 끝났지만, 잔액이 남아있으면 수화기를 훅에 올려놓으면 전화가 끝나지만 전화기 위에 올려놓으면 전화가 끊어지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하던 공중전화지만 지금은 휴대용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니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공중전화의 남아있는 60원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예전 스마트폰도 집 전화도 없던 시절 누군가와 통화를 하려면 공중전화에서 전화했었지요. 동전을 바꾸어 공중전화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윙 하는 소리가 들리고 전화번호를 꼭꼭 누르면 삑삑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전화벨이 울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툭하고 공중전화가 동전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공중전화는 동전을 먹고 살지요. 동전을 넣으면 동전만큼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에 전화하고 더 통화를 하고 싶으면 다시 동전을 먹여줘야 하지요. 요즘 공중전화 요금은 기본요금이 70원이고 시내 통화는 70원으로 180초 동안 통화가 가능하고 시외전화는 70원당 43초, 휴대전화 통화는 38초 동안 통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남아있는 잔액을 보고 있으려니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대전화를 들면 누구에게라도 전화할 수 있지만 전화번호가 없으면 전화할 수가 없지요.
우리 엄마는 전화가 귀하던 시절에 살다 돌아가셨습니다.
동네에도 한두 집 전화가 있어서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가 있는 집에 가서 전화를 걸거나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치곤 했지요.
엄마는 스마트폰도 없고 집 전화도 없었지요.
그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전화번호도 없지만 수화기를 들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간절히 엄마를 생각하면 저절로 전화가 연결될 것 같습니다.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소곤소곤 엄마하고 부르면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는 엄마가 ‘현경아, 잘 지내니?’ 하고 물어올 것 같습니다.
엄마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곳은 어떤지요.
이곳은 활짝 핀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이제 한잎 두잎 눈처럼 날리는 계절입니다.
떨어지는 꽃잎을 밟으면 행복의 나라로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엄마가 계시는 그곳에도 꽃이 피나요. 여기처럼 꽃눈이 날리고 있나요? 이곳은 떨어지는 꽃잎 따라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그곳은 따뜻한가요? 살아생전 늘 춥다고 하셨는데 따뜻하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동전을 한 개 한 개 더 넣으면 잘그락 소리와 함께 통화 시간이 늘어납니다. 줄어드는 숫자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엄마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늘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씀하시던 그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큰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맑게 사셨던 분이니 천국에 계시겠지요.
천국이 멀어서 소리가 잘 안 들리고 전파방해로 치지직 거리거나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어진다고 해도 동전을 가득가득 공중전화에 먹이며 엄마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언제 동전을 더 넣을까 생각하며 엄마와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생전에 못 했던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쉽게 하는 말이 엄마에게는 왜 한 번도 하지 않았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듯 이승을 떠난 엄마. 그런 엄마에게 오래도록 쑥스럽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공중전화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공중전화의 남아있는 60원의 잔액을 자꾸만 쳐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