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첫차를 마곡에서 오전 5시 38분에 탔다. 사촌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릉 가는 길이다. 이른 시간이고 토요일이라 전철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승차하고 있었다. 산에 가는지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쓴 사람. 사이좋게 앉아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이 드신 분들. 작은 가방을 소중하게 껴안고 있는 아주머니는 일하러 가는 길일까?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기댄 젊은 사람들은 새벽길 출근하는 길인지 밤새워 일하고 퇴근하는 길인지 피곤한 얼굴이다. 6시 18분 종로3가역에서 환승했다.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했다. 김밥 장사와 샌드위치, 떡을 파는 사람들은 가게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었다. 마침, 구내에 동두천행 전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1호선엔 배낭을 멘 사람들이 더 많았다. 도봉산이나 수락산으로 가는 사람들일까? 6시 38분 청량리 도착. 기차는 7시 52분 차다. 한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구경도 할 겸 아침이라도 먹을까 해서 청량리 시장 쪽으로 나갔다.
8년 전 강서구로 이사 오면서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역에 올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왔다. 이십 대 초반 강북구 쪽에서 살았다. 그래서 청량리는 자주 다니던 곳이다. 출판사가 청계천 8가에 있어서 여직원들과 퇴근하면서 식사하러 자주 왔던 곳이다. 시장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우체국, 노점들 오래된 현대 코아상가와 아파트, 감자탕 끓이는 냄새가 24시간 멈추지 않던 먹자골목. 시장 안에 있는 할머니 냉면집은 아직도 있겠지. 우리은행도 그대로 있었다. 길 건너 청량리역 쪽은 완전히 다 갈아엎고 재개발이 끝나 50층에서 59층까지 있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예전 대왕 코너에 대형 화재가 1972년, 1974년 1975년 불이 연이어 나면서 경매 처분되었고 그곳에 맘모스 쇼핑센터가 들어왔다가 다시 롯데백화점 맘모스점에 이어 롯데 백화점 청량리점이 들어왔다. 1996년 다시 화재가 발생해 건물 5~7층을 철거하기도 했다. 1980년대 출판사에 다니면서 맘모스 호텔 나이트클럽에 여직원들과 자주 놀러 갔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롯데 플라자가 들어섰고 그 뒤로 아파트가 최근 2023년도에 완공되었다. -위키백과에서 발췌-
감자탕 팔던 먹자골목도 그대로였지만 몇몇 감자탕집이 없어지고 중고 가전 집이 들어와 있었다. 20대 초반 청량리역 근처에서 여직원들과 나이트클럽에도 가고 처음 술도 배웠다. 술을 마실 줄 몰랐던 나는 근처 경양식집에서 처음 칵테일을 마셨다. 페퍼민트, 핑크레이디, 진토닉, 키스 오브 파이어, 스크루드라이버 같은 술을 마셨다. 그때는 그게 멋이라고 생각했다. 모양도 예쁘고 취하면 세상이 예뻐 보였던 칵테일. 기분에 취해 술에 취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술을 즐기게 되었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기본 안주에 맥주도 시켜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남편과 횟집에서 소주도 처음 마셔봤다. 홍릉갈비에서 불고기도 처음 먹어봤다. 그러고 보니 청량리에서 처음 만난 것들이 많다. 추억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청량리에 오랜만에 오니 마음만은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열차 시간이 다 되어 청량리역으로 갔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잠시 의자에 앉아 있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손님이 흘리고 간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밖에 있는 공원에서 비둘기를 보았는데 역사 안쪽까지 들어와 식사할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비둘기들도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모양이다. 비둘기가 아장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KTX를 타러 내려갔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천천히 KTX에 올랐다. 7시 52분 차가 출발했다. 덜컹덜컹 기차에 흔들리며 청량리를 출발했지만 내 마음은 청량리역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