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
어린 시절 동생이 태어나기 전, 분명 나는 우리 집의 주인공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동생이 태어났을 때 동생을 향한 시기와 질투는 흔한 첫째들의 그것보다 격렬했었다. 어린 나이. 동생이 생긴다는 게 정확히 뭔진 몰라도 더 이상 나만이 유일한 주인공은 아니게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부터 나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누구나 으레 그런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되겠지만,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오랫동안 스스로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불행이 나만은 비켜갈 것 같고, 좋은 일이 내게는 생길 것 같고, 내가 항상 제일 좋은 걸 해야 하고, 내가 항상 제일 잘나야 하고.
어느 순간까지는 그런 기대가 제법 충족되는 삶을 살았다. 꽤 괜찮은 가정에서 태어나 그만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고, 나름 알아주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나는 좀 특별하다는 그런 환상으로부터 더 벗어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정말 다 환상일 뿐이었다.
더 이상 내가 한 집단에서 제일 잘 나갈 수도, 1등이 될 수도 없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한 순간의 일은 아니었다. 서서히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 세상은 정말 넓고, 난 더 이상 단 하나의 존재가 될 순 없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해서 스스로 만족감을 얻는 건 내 자신을 계속 갉아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십여 년을 훌쩍 넘게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내 위치를 확인받는 것으로 자존감을 확립시켜온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온전히 스스로 서있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나는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근황을 보며 나와 비교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내 모습에 숨 쉬듯 자괴를 느낀다. 이런 내가 남들과 나 자신을 수시로 비교하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젠 주인공이 아닌 삶도 연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