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개의 계절이 존재하듯

나는 언제나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by 윤사강

아침저녁과 낮의 기온차는 제법 컸다.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반팔로 된 니트를 골랐다. 사무실에 가디건이 있으니 출근하는 길의 쌀쌀함만 잠시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 노트북이 들어있는 몸만 한 가방을 짊어지고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걸었다. 이런 아침이 몇 시간 뒤엔 더워진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사람은 살아가는 것인지 혹은 죽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단상을 읽었다. 사무실까지는 두 정거장이었고 짧게 하기엔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일까 죽어가는 것일까. 생물학적으로는 죽어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살아가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었다.


나 하나를 살려보겠다고 매주 함께 정신과를 다니던 엄마의 여름을, 혹여나 나쁜 짓을 할까 내 방 침대 밑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자야 했던 엄마의 모든 밤들을 긍정하고 싶었다. 잠시 죽고 싶어 지더라도 그건 전부 순간일 뿐이고 나는 원래 정녕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했던 여름을 기점으로 마음 한 구석엔 구멍이 생겼고 무언가 모를 것들이 그곳으로 흘러나갔다. 자꾸만 비워지는 우물엔 나를 스쳐간 모든 것들이 조금씩 지분을 차지했다. 매년 여름이 지나갈 때마다 그해 여름의 색깔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나는 초록색 터널을 통과해온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나의 주변 누군가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따위를 고민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런 일은 나 하나의 몫으로도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하루에 두 개의 계절이 존재하듯 잠시 죽고 싶어 지더라도 또 금방 다시 살고 싶어 지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낮에는 햇빛이 작열했고 나는 반팔을 입고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구절초라고 하네요. 예뻐서 찍었는데 찍은 덕분에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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