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크리스마스

또 다른 이별이 오고 있었다

by 이도연 꽃노을





또 다른 이별이 오고 있었다




페루에도 12월이 왔다. 한국은 찬바람이 쌩쌩 불 테지만 페루에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왔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것은 꿈을 꿀 수 없는 지연에게는 무지 낯선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이메일로 보내면서 지연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리고 그 안부 속엔 승빈과 지연이 헤어진 것을 알지 못하는 지인들의 이메일도 많이 와 있었다.


' 지연아, 한국 언제 와? 한국에 오면 승빈 오빠랑 같이 보자.'

지연은 지인들의 편지를 보고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처럼 시렸다. 혹시나 하고 지인들 이메일 사이에 승빈의 이메일은 없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나 지연이 기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저녁을 먹고 지연의 부모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연이를 거실로 불렀다. 가족 모두 오랜만에 거실에 모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 집에 무슨 일 있어? "


" 다른 게 아니라 엄마랑 아빠 이혼하려고... 너한테는 미안한데.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그랬다. 지연이의 부모님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직업적으로 떨어져 살아야 했던 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싸우는 일도 잦아졌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이혼 소식은 지연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지연은 말없이 겉옷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지연은 공중전화로 가서 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민은 한 걸음에 지연에게 달려와 주었다. 하지만 지연은 태민에게 부모님 일을 말하지 않았다


" 샹그릴라 어때? "


" 어? 왜? 오늘 샹그릴라 먹고 싶어? 또 취해서 뭐 하려고? "


" 아니, 오늘은 내가 오빠 사주게. 차 놓고 가자. "


둘은 택시를 잡아타고 샹그릴라를 파는 곳에 갔다. 지연과 태민은 샹그리릴라를 말없이 마셨다. 둘이 합쳐 3 하라를 마셨으니 둘 다 얼굴이 발그레했다. 둘은 샹그릴라 집에서 나와서 바닷가를 걸었다. 지연은 승빈이 생각이 났다.

' 내가 이렇게 힘이 들 때 승빈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덜 힘들었을까? ' 지연은 태민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승빈에게 국제 전화를 걸었다. 한국이 새벽인 시간에도 승빈은 전화를 받았다.


" 헤어져 줄 테니까 나한테 시간을 줘. 우리 아직 안 헤어진 거야. 얼굴 보고 헤어져야지. 이건 예의가 아니잖아. 헤어져 줄 테니까 5개월만 있다 헤어지자..."


승빈은 전화를 그냥 끊어 버렸다. 지연은 차마 그날 지연이 기분이 어떤지 무슨 일이 있는지 승빈에게 말도 못 했다. 그렇게 서있는 지연을 태민은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안아주면서 태민은 말했다.


" 지연아 무슨 일 있어? 너 오늘 왜 그래. 나한테 말해 줄 순 없는 거니? 지연은 태민의 손을 뿌리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다. 그날 지연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있던 태민과 지연은 아침 7시에 태민이네 집으로 갔다. 태민이의 방은 다행히 안채와 떨어진 바깥채에 있었다. 태민과 지연이 마주 보고 탁상에 앉아 있을 때 태민이 여동생이 왔다.


" 오빠! 누구야 이 언니? "


" 어. 이 언니 이쁘지? "


" 아니. 안 이쁜데. 나만 이쁘다고 해놓고 왜 다른 사람을 또 이쁘데.."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은 태정의 어린 동생은 태정의 손을 잡고 투정을 부렸다.


" 엄마가 오빠 불러오래. 아침 먹자고 "

태민은 동생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무섭게 지연의 손을 끌고 안채로 갔다.


태민의 부모님들은 지연이를 보고 좀 놀란 듯싶었다.


" 엄마, 아빠 손님이예여, 저 아르바이트하는 회사 부관장님 따님이세요. 인사드려? 우리 부모님"


" 안녕하세요 "


" 아. 앉아요. 이 아침엔 어쩐 일로...? "


" 오늘 아침 일찍 지연 씨를 라이드 할 일이 있어서요. 같이 먹어요. 지연 씨 "


그렇게 지연은 의도치 않게 태민의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게 됐다. 아침밥을 다 먹으니 태민은 지연을 태워서 집으로 데리고 갔다. 지연이네 집에서 이미 난리가 났다. 핸드폰도 없고 친구도 없는데 밤에 나간 딸이 집에 아침까지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태민은 잘 설명했다.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연 씨가 어젯밤에 제게 전화를 했어요. 혼자 두는 게 위험할 것 같아서 제가 같이 있었습니다. 아침은 저희 가족과 저희 집에서 같이 먹었습니다."






지연은 태민이 간밤을 일을 설명하는 동안 어학원에 가져갈 가방을 챙겨서 다시 집을 다 섰다. 내키지 않았지만 지연은 어학원에 갔고 태민은 학교로 갔다.


지연은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태민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그동안 고마웠어요. 신세를 너무 많이 진 것 같아요. 날 구해 준 것도, 반지를 찾아 준 것도 모두 고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희 집에 저 태우러 안 오셔도 돼요. 난 이제 몇 개월만 있으면 떠날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아직 난 아직 남자친구 얼굴을 보고 헤어진 것이 아니라 한 번은 남자친구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아요. '


8월 말 지연의 스페인어 시험이 있던 날 태민은 조금 일찍 지연의 집에 와서 예상 문제를 내주며 시험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시간에 맞추어 학원으로 향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 지연은 써놓았던 편지를 태민이에게 내밀었다. 태민은 말없이 편지 봉투를 받아 들었다. 지연이 내리려고 하자 태민은 지연의 팔을 잡아당겨 지연을 와락 안았다 지연도 뿌리치지 않았다.


" 네가 아직 나한테 마음을 열지 못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도망가지만 마. 나한테 다가오라고 말하지 않을게. 그냥 그 자리에만 있어줘. "


지연은 태민을 남겨두고 차에서 내려 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을 보고 나오니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지연은 한 참을 한 여름에 반짝이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바라보았다. 그러자 누군가 지연의 손을 잡아끌고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태민이었다.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하고 지연이를 택시에 태우고 자신도 옆에 타고 지연이네 집에 도착했다. 지연을 내려 주고 태민은 말없이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그렇게 말없이 지연이 학원을 오갈 때마다 택시를 같이 타고 바려다 주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가는 것을 두 달이나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연히 태민이 와있을 줄 알았는데 태민은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던 택시 운전사가 내려서 말했다. 어떤 남자가 돈을 미리 주면서 세뇨라따를 리마 대학교 어학원에 데려다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동안 태민은 지연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연은 마지막 레벨 시험 준비에 한 창이었다. 지연의 어머니는 지연보다 먼저 한국으로 귀국을 했다. 지연은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큰 시련 속에서도 마지막 시험을 치렀다. 지연은 터벅터벅 걸어서 같이 스페인어를 공부하던 친구들과 조금 이른 인사를 했다. 이제 마지막 레벨 점수가 나오고 나면 지연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사막의 겨울이라 그런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지연은 가방으로 머리에 받치고 택시 승강장으로 뛰었다. 그러자 익숙한 차 한 대가 눈앞에 섰다. 태민이었다.


" 지연아. 타."


지연은 뒤에 오는 택시를 얼른 타고 집으로 갔다. 태민도 지연을 놓칠세라 운전을 해서 지연이네 집에 따라왔다. 지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지연을 팔을 잡고 지연을 불러 세웠다.


" 너희 어머니 한국에 가신 거 너희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 왜 나한테 말 안 했니? 괜찮은 거야? "


" 오빠가 무슨 상관인데? 내 진짜 오빠라도 돼? 신경 꺼 "

태민은 지연이를 차에 다시 태우고 바닷가 언덕길을 끝에 있는 카페로 갔다. 둘은 따뜻한 차를 시키고 마주 앉았다. 같은 처지에 놓인 것 같은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기분일지 공감이 되었다.


태민은 말없이 지연이에게 지연이 준 탁상 알람시계를 주었다.


" 한국 가서 학교 잘 다녀. 아침형 인간인건 알지만.. 난 너에게 줄게 없어서. 다른 선물을 주는 것보다. 내가 널 구해줄 때 썼던 이걸 주고 싶었어. 듣기 싫은 말들이나 짜증 나는 일 있으면 알람 소리를 들어봐.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크게 울리더라 "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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