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와 이별사이 그 어딘가

어색한 재회 그리고 두 번의 이별

by 이도연 꽃노을





어색한 재회




지연이 공항에 도착했다. 지연의 엄마가 공항에 마중 나와있었다. 지연의 엄마도 지연도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지만 서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지연이 학교 앞 새로운 자취방에 도착했다. 지연의 엄마가 미리 지연이의 복학을 위해 마련한 준 집이었다. 지연과 엄마는 이것저것 정리를 했고 지연은 저녁이 되자 동기들이 귀국한 기념으로 만남을 갖는 자리에 나가게 되었다. 99학번 동기 모임 총책임자의 실수로 승빈이에게도 나의 환영회 소식은 전해 졌다. 한 참을 둘러보아도 승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승빈과 지연이 헤어진 줄 모르는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이렇게 늦게 오는 게 어디 있냐며 장난들을 쳤다. 지연은 승빈이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분위기가 거의 끝날 10시 무렵 익숙하지만 낯선 승빈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연은 영화에서 처럼 모든 것들이 슬로 모션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승빈의 등장에 지연의 심장은 구방망이 질을 하고 있었다. 애들은 환호성을 부르며 승빈과 지연을 바로 옆에 앉게 배려했다. 사실 배려가 아닌 가시방석이었다. 그렇게 어색은 30분이 지나고 모임은 끝이 났다.


지연은 승빈을 투명인간을 보듯 지나쳐 나갔다. 지나쳐 가는 지연의 팔을 낚아챈 것은 승빈이었다. 지연은 독끼를 품은 눈빛으로 승빈을 바라봤다.


" 죄송한데. 이 손목 당신이 잡으라고 있는 거 아니거든요. 좀 놔주시겠어요? "

황급히 뒤돌아 가는 지연의 어깨를 잡아 세우고 승빈은 아무 일 없는 듯 말했다.


" 잘 지냈어? 이거 2학년 전공 책들이야. 난 이미 다 봐서 필요 없고 너한테 더 필요할 것 같아서 "

지연은 필요 없다는 듯이 승빈이 내민 전공 서적들을 바닥에 내 챙겨 쳤다.


" 누가 당신한테 내 전공 서적 사달래? 니 갈길이나 가세요 "


" 지연아! 얘기 좀 해 "


" 무슨 이야기? 너 안 보고 싶었냐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 할 이야기가 있어? "


" 나도 힘들었어. 좀 들어가서 앉아서 이야기하자 " 승빈은 지연을 카페 안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분위기는 무겁기도 했고 차갑기도 했다. 먼저 말문을 튼 건 승빈이었다.

" 잘 지냈냐고? "


지연은 승빈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덕분에 잘 지냈다고 말을 하려다가 지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내가 헤어지더라도 얼굴 보고 헤어지자고 했잖아. 헤어짐을 늦춰 달라고. 뭐가 그리 급했니?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 이렇게 얼굴 보고 헤어져도 늦지 않을 것을.. 그래 네가 날 버린 동안 우리 부모임 이혼 하시고 아주 잘 지냈어.지연은 부모님의 이혼이 마치 승빈에게 있는 것처럼 원망의 눈으로 승빈을 바라보면서 승빈의 어깨를 사정없이 때리며 울었다.

그제서야 승빈은 왜 지연이 이별을 늦추어 달라고 했는지 알데 되었다.


"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해야지.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


" 헛소리하지 마. 사람 병 주고 약주는 거야? 난 내가 힘들 때 나버린 너하고는 다시는 말도 하기 싫어 "


" 그렇게 이별 통보를 할 거면서 내가 페루 갈 때 왜 운 거야? 다 거짓 눈물이었니?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아는 척 하지마“


그때 승빈의 휴대폰 소리가 들렸다. 승빈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서 알람을 껐다. 지연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검은 휴대폰이었다. 지연이 승빈과 헤어지기 전에 미리 알람 설정을 해두었던 핸드폰이었다. 휴대폰 액정에는 ' 지연이와 만나는 날. 보고 싶었어 '라고 적혀 있었다. 그랬다 그 메시지는 지연이 마지막으로 승빈의 핸드폰에 알람 설정을 해둔 메시지였다.


" 이거 봐. 네가 해놓은 알림 설정 지우지 않고 있잖아. 너랑 헤어지고 나면 차라리 덜 힘들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었어. 한 번도 널 잊은 적 없어 "


지연은 카페를 박차고 나와 대학로 길을 걸었다. 예전에도 그랬듯 222번 버스를 탔다. 승빈은 지연을 놓치지 않으려고 같은 버스를 탔지만 지연의 곁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 생각되어서 거리를 두고 섰다. 지연이의 눈에는 원망과 화의 눈물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고 차가워진 지연을 보면서 승빈도 마음이 아팠다. 12시가 다 된 시각 버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연은 학교 앞 정류장에 내렸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승빈은 계속 따라왔고 지연은 집에 다 와 갈 때쯤 뒤돌아서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 지금 뭐 하는 거냐고? "


" 밤이 늦어서 너 위험할까 봐 "


" 웃기는 소리 하네. 이 얼굴 아무도 안 잡아가니 걱정 마. 그리고 이제 네가 걱정할 일도 아니니까. 너 같은 놈 한테는 오빠라는 소리도 아까워 " 지연은 뒤도 안 돌아보고 새로 마련한 자취방으로 왔다. 지연의 엄마는 피곤하신지 먼저 잠이 들어있었고 지연도 모든 걸 잊고 싶은 듯 이불을 쓰고 누웠다. 그렇게 한국에서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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