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잡은 두 손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이브라 어딜 가도 사람이 많다. 거리에는 트리들이 장식되어 있고 눈도 내리고 있다. 지연은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다. 이제 두 시간 후면 승빈을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지연의 가슴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보라색 코트를 입고 지연은 입국장 앞에 서있다. 이미 입국장 앞에는 입국하는 지인과 가족들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늦을까 봐 한 걸음에 오다 보니 두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으로 도착하는 비행기가 연착이 됐다. 지연은 마지막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았다. 서로 만나서 안아주는 사람들부터 헤어지기 아쉬워서 계속 뒤돌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연은 지난 기억과 생각에 빠져들었다.
' 내가 페루에 갔을 때 승빈오빠의 마음이 이랬을까? '
' 나는 오는 사람을 마중난온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입장이었던 오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실제로 승빈과 메신저로 잠시 한국에 지연을 보러 오는 시간을 정하고 2달 정도가 흘렀다. 승빈이의 만날 날을 기다리는 지연에게는 그 기다리는 시간 두 달은 마치 20년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을 때 어느새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으로 도착한 비행기에 arrival 싸인이 켜졌다. 지연의 마음에도 따뜻한 추억과 감정들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했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승빈이가 나오는 것을 놓칠까 봐 지연은 입국장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청바지에 체크 남방을 입고 한 손에는 트렁크를 끌고 한 손은 청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오는 승빈이 보였다. 지연은 얼른 달려가 승빈에게 안겼다. 승빈도 지연을 발견하고 포옹을 했다. 한 번은 승빈이 지연을 보내야 했던 곳이고 한 번은 지연이 승빈을 기다리던 그 장소는 그 둘에게 너무도 특별했다.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둘은 입맞춤을 했다. 그렇게 뜨거운 재회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눈이 펑펑 내렸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승빈과 지연의 얼굴에 하얀 눈 꽃이 떨어졌다.
둘은 지연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짐도 풀기 전에 그 들은 한번 더 그들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듯 뜨거운 키스를 했다. 지연의 침대에 함께 누운 승빈과 지연은 다시 만날 연인답게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6년을 헤어져 살았는데 서로에게 감정 남은 감정은 그대로였다. 아니 더 불타 올랐다.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이 꾸준히 만나왔던 익숙한 커플처럼 평온하고 행복했다.
Will You Marry Me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승빈은 여전히 잠에 취해 지연의 침대에 누워있다. 지연은 조용히 욕실로 씻으러 갔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욕실에 불을 켜고 지연은 깜짝 놀랐다. 욕실 거울에는 포스트잇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 수건이 넣어 있는 곳을 열어 보시요 '
지연은 수건이 넣어있는 수남장을 열었다. 수납장 안에는 두 개의 하트 모양의 것이 있었다. 하나는 새빨간 색으로 칠해진 하트였고, 또 하나는 반짝이는 메탈로 만든 하트가 있었다. 반짝이는 메탈밑에는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지연이 편지를 보려고 반짝이는 하트를 들자 하트에서 청하 한 소리가 들렸다. 지연은 하트 밑에 있던 편지를 읽어 보았다.
사랑하는 지연이에게,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이렇게 다시 보다니 난 믿기지가 않아.
이젠 다시는 헤어져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나랑 결혼해 줄래?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난 계속 늘 널 이렇게 사랑할 테니까...
승빈이가.
지연은 승빈의 깜짝 프러포즈에 감동의 눈물이 났다. 욕실 거울에 승빈이 그려놓은 하트들을 보았다. 터지지 않는 하얀 거품으로 만든 것인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하트들은 쫀쫀하고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예전에 지연은 프러포즈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었다. 영어화나 드라마처럼 장미꽃이 뿌려있고 촛불들로 나있는 길로 걸어가면 반지가 있는 그런 상상 말이다. 그러나 거품으로 만든 하트와 소리 나는 스틸 하트 벨에 홀딱 넘어가고 감동할 줄은 몰랐다. 지연은 답례로 승빈이 잠든 침대로 갔다. 그리고 둘은 사랑의 결혼 약속을 했다. 그렇게 그들의 첫사랑은 이루어졌다. 비록 중간에 헤어지고 다른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었다 할지 라도...
승빈을 향한 지연의 수줍던 19살의 고백이 다시 결혼약속까지 이어지는 데는 6년이 걸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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