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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Sep 08. 2023

나에게 보내는 편지

스무 살 나에게



23년 전 스무 살이었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아무도 위로하거나 안아주지 못했던 나에게...






스무 살 나에게 보내는 편지



한 가정의 아내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스무 살이었던 네가 생각났어. 많이 힘들었지? 잘 커줘서 고맙다. 형제도 없어서 혼자 많이 외로웠을 텐데 그 긴 시간을 정말 잘 견뎠어.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할 건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매일 싸우는 모습과 서로 비난하는 모습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은 했겠지만 참 많이 놀랐지?


세상에 내 세울 것이라고는 젊은 하나였던 너는 부모가 이혼해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참 많이 노력을 했지. 오기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너는 혼자 일어서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을 나는 너무 잘 알아. 


학교수업 중에 무서운 아저씨들이 돈을 갚으라고 쫓아왔을 때가 기억이 난다. 넌 네가 빌린 돈 아니니까 엄마한테 달라고 하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얼마나 떨었는지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네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은 다 했지만 매달 생리 때만 돌아오면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많이도 울었던 너를 위해 나도 같이 울어 주고 싶었어. 그래도 여자인 게 싫다고 여자인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많은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옳은 결정을 내리고 열심히 도전했던 너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어. 


네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난 정말 뛸 듯이 기뻤지.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 좋아하는 너를 보며 나도 행복했어. 사회 초년생인 탓에 다른 사람들이 할 일도 도 맡아하고 네가 맡은 일은 완벽에 가깝게 처리하는 네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너의 빛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었지. 


6년 만에 돌아온 첫사랑과 결혼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엄마 아빠의 이혼 시 헤어진 탓에 두배로 힘들었지만 지금 그 사랑과 존중을 남편에게 받고 사는 것 같아서 안심이야. 그리고 너와 너의 남편을 똑 닮은 아들을 낳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렸어도 네가 끝까지 아이를 지켜내고 너의 공황장애를 이겨 낸 것도 정말 대단해. 


이젠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의 것은 다 있으니 이제 너의 빛을 다시 찾길 바랄게. 이제는 네가 두고 온 내면 아이를 만나서 그동안 못한 이야기 나누면서 이제 가장 너를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너는 태어나는 존재부터 소중했으니까 이제라도 네가 진짜 행복해질 만한 것들을 도전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이제 너부터 생각하고 절대 양보하거나 눈치 보지 마. 내가 응원할게. 열심히 살아온 너를 꼭 안아주고 싶어. 사랑해. 파이팅!!




2023년 9월 8일 

마흔 살이 넘은 내게 스무 살의 너에게 씀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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