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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Aug 29. 2023

조부모의 이혼을 아이가 물어올 때

솔직하게 아이한테 말해줍니다.




엄마, 왜 할아버지 할머니는 같은 집에 안 살아?




같은 집에 살지 않는다고 가족이 아닌 건 아니다.



아들이 9살이 막 되던 무렵에 내게 물어왔다. " 엄마, 왜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같은 집에 안 살아? "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어릴 적에 물어볼 것이라고 예견하고 준비한 건 아니지만 난 당황하지 않고 아이한테 이야기했다.


"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고 엄마를 낳았지. 근데 같이 있으면서 점점 싸우고 행복하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데. 그래서 서로 다른 집에 살기로 한 거야."


" 그럼, 이혼한 거야? "


" 응. 이혼한 거야."


" 그럼 엄마는 누구랑 살았어? "


" 어. 엄마 혼자."


" 엄마 혼자? 혼자 무섭게 어떻게 살아?"


"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싸우는 게 더 무섭고 싫었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로 사셔도 서로 같이 있을 때 보다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지 "


" 그래서 맨날 할아버지 따로 할머니 따로 우리 집에 오시는 거야? "


"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함께 우리 집에 올 수 있지."


" 그게 언제인데? "


" 우리 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다 오세요 할 때는 언제든 올 수 있어. 네가 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식장이나 결혼을 할 때 그럴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실 수 있지. "


" 엄마가 싸우는 거 나쁜 거라고 했는데, 서로 조금 참지... "


" 참아서 안될 것들도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렇게 노력했겠지. 근데 너무 달랐어. 그리고 같이 있어서 행복했던 추억들까지 다 잃어버리고 감정이 많이 상해서 다시는 어디서도 보기 싫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한 걸 거야. 엄만 그렇게 생각해.... 같은 집에 꼭 살지 않아도 가족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거야 "











이혼이 죄인가?




이혼이라는 단어가 마치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나쁜 단어라고 할 만큼 아이들이 모르게 꽁꽁 숨겨 두는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1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다. 1학년 교과서에 다양한 가정에 해서 예를 들고 있다. 다문화 가정, 한 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의 단어도 배우게 되며 각 가족의 형태에 따라 어떤 가족의 구성원이 있는지 설명도 자세히 나온다. 물론 결혼과 이혼이라는 개념도 나온다. 상황이 되지 않는데 억지로 끌고 가는 형식의 가정은 가족 구성원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놀리고 왕따를 당하던 그런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돌싱과 재혼이라는 주제로 TV 예능에 나올 만큼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 물론 서로 맞지 않으면 무조건 이혼부터 해라 이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피치 못하게 둘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는 게 서로에게 또는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덜 줄 수 있다면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에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혼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혼은 이혼가정에서 자란 자녀의 죄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이 떠나고 함께 살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면 더 이상 거짓 부부생황은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서로 한 때 사랑했었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혼은 비극이 아니다. 비극은 불행한
결혼생황을 유지하는데 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르친다.

                                                             - 제니퍼 와이너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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