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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Sep 04. 2023

부모의 이혼 기억일 23주년

나는 여전히 엄마 아빠의 이혼에 찬성한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부모님의 이혼에 찬성한 것을...




결혼기념일은 왜 있는데 이혼 기념일은 없을까?




엄마 아빠가 이혼한 지 올해로 23년이 지났다. 친한 친구들은 내게 자주 묻곤 한다. 그때 부모님에게 망설임 없이 이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냐고. 후회란 이미 일이 나고 지난 후에 생각해 봤을 때의 감정이다. 난 엄마 아빠가 이혼을 내게 이야기 한 날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의 이혼에 후회하지 않는다.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엄마는 여전히 사회생활을 열정적으로 하고 계신다. 이혼하기 전에도 엄마는 매일 바빴다. 아빠도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셔서 다른 일을 하신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같이 있어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있어서 더 불행하다면 그동안 살아온 세월에 집착하지 말고 돌아섰던 그때가 너무 늦은 때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혼을 미루었다면 20년을 함께 산 정까지 모두 잃었을 것 같다. 싸우고 다투고 이혼을 한 부부여도 좋은 추억을 공유했던 그런 사이이다. 아이를 위해서 참고 산다는 말보다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안정적인 정서관리와 생활을 제공해 주는 것이 길게 볼 때 훨씬 현명하다. 



여전히 내 아이의 돌잔치나 생일 등 우리 집 대소사에 각자 우리 집을 방문할 때도 있다. 물론 때로는 함께 마주쳐야 하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도 우리 부부도 아이도 그날의 일상에 맞춰서 산다. 두 분이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지 서로가 서로를 험담하거나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여전히 나의 자식을 낳아준 사람이고 나의 자식의 아빠니까 그것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23년쯤 지나니 서로 나에게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건강은 한지. 하는 일은 잘 되는지.. 물론 그 질문 속에 서로의 미련이 남아 있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 때는 나의 부인이자 내 딸의 엄마였고, 한 때는 나의 남편이자 나의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여전히 나의 아빠와 엄마로서의 자리는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엄마와 아빠가 함께 부부로써 살았던 날보다 이혼해서 떨어져서 각자의 삶을 산 기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나를 포함한 각자의 기억 속에는 그날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난 우리 가족 세었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에 대해서 축하해 주고 싶다. 비록 힘든 날도 많았고 외로운 날도 많았지만 모두 그 역경을 자기 방식대로 헤쳐나가 지금 여기에 서 있다. 그렇게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낸 우리의 23년을 기념하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혼이 기념할 날은 아니지만 서로 헤어져 있어도 각자가 서로에게 걱정이나 짐이 되지 않고 모두가 그 시절들을 잘 살아왔으니 우리 모두 잘했다고 한 마디 정도는 건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나고, 알고, 사랑하고 그리고 이별하는 것이
모든 인간의 공통된 슬픈 이야기이다.

                                                      -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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