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ADHD입니다.
나와 나의 남편을 반반씩 닮은 아이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취향, 식성 그리고 성격이 우리 부부와 전혀 닮지 않았다. 어쩜 우리 둘이 낳은 아이가 저리 다를 수 있나 생각할 정도도 있었으니 말이다.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하고 차분한 남편과는 달리 아이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야기도 잘해서 나는 내 아이가 사교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매사에 꼼꼼하고 계획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나와는 달리 나의 아들은 즉흥적이고 덜렁거렸다. 나는 어린아이이고 남자아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아이의 특성들은 아이가 기관에 다니고 나서부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이집을 늦게 보낸다고 4살쯤에 아들을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집에 처음 보낸 날이 떠오른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랑 떨어지는 게 처음이라 낯설고 겁이 나는 엄마 껌딱지를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첫날부터 나와 인사를 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처음 보는 선생님을 따라 자신의 반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아이가 울면 어떻게 대처할지 동영상도 보고 육아 책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나는 그런 아이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서운하게 느껴졌다. 서운하고 걱정됐던 나는 어린이 집이 끝나기 몇 분 전 아이의 반 앞에 난 유리창 너머로 아이의 반을 보면서 아이를 찾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손을 선생님께 잡혀 앉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아들의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엄마가 왔는지도 모르고 아이를 계속 제압하고 계셨다. 당황하고 속상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아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도 잔상처럼 남는 선생님의 아이 훈육 과정이 생생하게 남았지만 아이도 이제 엄마가 아닌 타인의 제지나 규칙에 적응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아이는 자주 선생님께 두 손을 잡히고 이야기를 들어야 했으며 자주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받게 됐다.
" 오늘은 OO이가 다른 아이들 가지고 노는 것을 빼앗았어요."
" 아이들이 노는데 OO이가 너무 방해를 해서 아이들이 싫어합니다."
" 오늘 OO이가 옷에 물이 조금 튀겼는데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엄청 떼를 썼어요."
" OO이가 행동이 커서 아이들과 자주 부딪혀서 자주 오해를 사요. "
그런 말을 들을수록 나는 자존심도 상했고 선생님이 너무 예민하신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자라면서 그럴 수 있지 않나? 하는 푸념을 하기도 했지만 선생님께 그런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아이가 집에 오면 열심히 규칙과 지시를 따르게 했고 필요하다면 엄한 훈육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맹신하고 있던 내게는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아이가 하원을 하면 어린이집 수첩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고쳐야 할 점들을 엄하게 가르쳤다. 하지만 아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5살 때 기관을 옮겨 보라는 주변 엄마들 말을 듣고 어린이 집에서 큰 유치원에 보냈다. 기관을 옮겨도 아이 선생님이 내게 들려주는 우리 아이의 피드백은 온통 부정적인 것이었다.
" 친구들이 자꾸 싫어하는 행동을 해요."
" 말대신 손이 먼저 나간다. "
" 수업시간에 자꾸 화장실에 가서 물놀이해요."
" 친구들이 쌓아놓은 블록을 자꾸 부셔놓고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놀아요"
" OO 이는 지시 수행이 늦어요 "
급기하 유치원 입학 3주 만에 엄마들의 항의 전화가 한 두건씩 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를 심하게 꾸짖고 나무랐다. "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듣는 거야.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아이가 잊을 까봐 아이가 하원한 후부터 잘 때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주의를 시켰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은 개선되지 않고 원장선생님 면담까지 하게 되었다. 유치원 원장선생님은 아주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아동발달 센터'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볼 것을 조언해 주셨다. 항상 모범적이고 반장만 해오고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자란 나로서는 도대체 내가 낳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로 '아동발달 센터 '가 무엇인지 검색해 보았으며 당장 예약을 잡아서 아동발달 센터에 아이이를 데려갔다.
결과는 아이가 소근육 대근육 발달이 약간 늦으며 각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왔다.
' 아니 각성이 높다는 뜻은 무엇인가?'
각성 수준이 높다는 뜻은 흥분 상태가 되면서 주위의 정보에 대해 차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산만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전문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내 머리에는 번개같이 ADHD 네 글자가 떠올랐다.
" 그럼 우리 아이가 ADHD 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 어머니 아직 OO이가 어려서 검사를 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입니다. 대신 각성 조절을 하려면 감각통합 수업이 필요합니다. "
세상에 태어나 모두 아는 단어의 조합인데 그리 이해가 안 되는 말은 처음이었다. 각성, 감각, 통합, 조절, 낮은 역치..... 당장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아이를 검사를 해서 결과를 알아야 내가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처럼 불안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유명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을 하고 의사 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봐달라고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직 어려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아동발달 센터에서 감각통합 수업을 들을 것을 정기적으로 들을 것을 추천받았다.
그 후로부터 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 난 우리 아이가 ADHD일까 아닐까를 걱정하면서 매주 3회씩 감각통합 수업을 들으러 아이를 데리고 아동발달 센터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처음 나의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누군가의 지시 수행을 받을 때 어떤 모습인지 보게 되었다. CCTV로 보는 것이라 소리는 들리지 않아 보였지만 아이는 선생님의 지시나 수행에는 관심은 없어 보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막 움직이는 캐릭터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처음 보고 너무 놀라서 남편에 세 전화를 해서 울면서 말했다.
" 여보 OO이가 집에서 보는 거랑 달라. 너무 달라. 선생님말 하나도 안 들어. 어떻게... "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나고 상담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나는 엉엉 울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아이가 첫 ADHD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을 2년 남짓된 시간을 매일 밤 자지 못하고 ADHD에 대해 공부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지냈다. 왠지 내 앙;기 ADHD가 맞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아니길 바랐지만 결과는 ADHD로 나왔고 그 후 나의 삶은 매일이 지옥 같았다. ADHD 진단이 내려지기 하루 전과 진단 내려진 그날은 불과 하루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나의 삶은 그때부터 빠르게 곤두박이칠 쳤다. 아이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나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세상을 원망했다.
하지만 원망할 새도 없이 나는 내가 낳은 내 자식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혔고 그 강박과 불안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아이를 양육해야 했다. ' 엄마 '라는 역할의 무게는 낙심할 틈도, 주저앉아서 숨을 고를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 다 내 탓 같았다. 내가 다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악을 쓰고 노력했다. 그렇게 아이의 ADHD 진단 후 매일을 살얼음 판을 걷는 것처럼 살아야 했고 아이에겐 점점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냉정하고 화를 내는 마녀 같은 엄마로 살았다. 그리고 나는 완전 번아웃이 왔다. 침대와 한 몸이 되었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과 정신 상태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번아웃에서 빨리 그해내야 했다. 내가 책임 쳐야 할 나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번 아웃에서 점점 빠져나온 나는 이제 당당해 지기로 했다. ADHD가 자랑 거리도 아니지만 죄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약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과 전화벨만 울려도 항의 전화는 아닐지 걱정하는 나와 같은 엄마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ADHD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많은 일 들고 그 일들을 해결해 낸 방법까지 모두를 공개하고 싶다. 모든 ADHD 아이들이 같은 양상과 같은 량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린 우리 아이들의 전전두엽의 발달이 마칠 때까지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에 나의 ADHD아들을 키우며 느낀 점들을 적어본다. 누군가의 희망적인 소식에 웃고 힘을 내며 여기까지 버티고 온 나를 응원하다. 또 이 글이 나처럼 ADHD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수많은 날들을 가르치고 기다리며 아이와 함께 걸어갈 시간들에 작은 공감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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