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에 모인 엄마들
엄마의 무서운 촉
N 카페에 자폐 스팩트럼과 ADHD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들의 카페가 있다. 현재 카페 멤버가 29만 명이 넘는다. 물론 나도 모모가 ADHD를 진단받기 전부터 그 카페 회원이 되었다. 카페 이름은 자폐를 가지고 있거나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들을 거북이에 비유하고 있으며 ADHD 아이들은 토끼에 비유되어 카페명이 정해 진 듯하다.
친한 친구 엄마에게도, 차마 가족에게도 못다 털어놓은 고민과 시름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자신도 모르게 독백과 많은 질문을 남기고 간다.
이미 전문가의 진단을 받은 아이들 엄마부터 아직 어리기에 의심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답답하고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모인 곳이다.
열 달 동안 나보다 더 아끼며 지켜온 생명이었다. 10달 동안 태교에만 전념한 엄마들이다. 그땐 나포함 어떤 엄마도 내 아이가 아플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심장이 잘 뛰는 건강한 아이만 나오면 된다는 심정으로 아이를 만나는 날을 설레며 기다린다. 건강하게 무사히 아이를 출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가족 친지들 마음속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이는 육체의 건강에만 초점에 맞춰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장애를 입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를 애지중지 육아를 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면 그제야 자폐스팩트럼이나 아스퍼 증후군이나 ADHD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를 키운 친정 엄마세대와는 전혀 다른 교육과 정보를 접한 요즘 엄마들은 매스컴에 한 번쯤을 나왔을 질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엄마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제일 많이 양육하며 지켜보는 사람이다. 엄마의 촉과 의심이 빗나가면 좋으련만 꽤 많은 사례를 보면 엄마의 촉은 날카롭고 빗나가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 물론 모모와 나의 경우도 같았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직업으로 둔 모모의 큰아빠를 포함해 우리 친척 아무도 모모가 ADHD 일 것이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명절이나 가족이 모일 때면 모모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의심되는 행동을 말할 때면 나는 예민하고 아이를 문제 있는 아이로 보는 부적절한 엄마였다. 나도 내가 예민하고 내가 틀렸길 바랐다. 하지만 결과로 보면 모모는 ADHD 진단을 받았다. 여전히 믿고 싶지 않은 가족들도 많을 것이다. 2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손자가 ADHD 라니 말도 안 될 것이다.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며 아이들은 원래 산만하다 부주의하다 충동적이다. 크면 다 괜찮아진다. 오히려 그런 시각을 가지고 양육을 하는 나 먼저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나는 가족은 가족이 진료하기 어렵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소아 청소년 전문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모모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모모를 키우면서 몇 년 동안 내가 찾아낸 의심 증상에 한 시간가량을 말했다. 그리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모모가 ADHD일 가능성이 크겠냐고 검사를 하기도 전에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 전문가도 아이가 ADHD인지 아닌지는 풀배터리( 여러 가지 ADHD검사 )를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필드에 있다 보면 겉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ADHD 증상이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으나 막상 검사를 하면 ADHD가 아닌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검사를 해봐야 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실 나는 그때 모모가 ADHD가 맞다고 진단을 받으면 절망에 빠져버릴 것 갔음과 동시에 ADHD가 아니라고 해도 걱정이었을 것이다. 이미 유치원 등 기관에서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들어온 나로서는 ADHD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인지 새롭게 이유와 원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검사 예약을 하고 검사가 나오기까지 유리 같은 나의 멘털을 지킬 자신이 없는 상태에 의사 선생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 때로는 엄마들의 촉을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우리가 봐서는 긴가 민가 해서 검사를 해서 진단을 하는데 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주양육자인 엄마의 촉으로 조기 발견 하는 사례가 많기도 합니다. "
마지막 의사 선생님의 말은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불안이 엄습해 왔다. 그렇게 검사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나는 여느 때보다 더 거북엄마 토끼엄마 카페에 자주 들어갔다. 밤새 스크롤을 하면서 배터리가 간당 간당 할 때까지 방대하게 쌓인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 노력을 했다. 점점 알게 될수록 더 헷갈렸다. 사람도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고 사연 바이 사연마다 다 달랐다. 공통적인 성향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각자 가지고 있는 취약점들은 다 달랐고 그에 따라 복용하는 약과 용량은 천차만별이었다.
대나무 숲에 모인 엄마들
각자 자신의 아이들 걱정으로 시름에 젖어 있는 엄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카페 문턱이 달도록 카페에 글을 쓴다. 엄마들의 시름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다른 곳에 가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맘 껏 할 수 있는 우리들의 대나무 숲과 같았다.
전문가의 진단이나 의사 선생님의 약을 복용할 권유에도 엄마들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너도 나도 카페로 몰려와 여러 가지 질문 폭탄을 올린다.
Q. 대학병원으로 갈까요? 어디가 좋나요?
Q. ADHD 진단을 받았는데 검사가 정확할까요?
Q. 약을 꼭 먹여야 할까요?
Q. 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나요?
Q. 잘하는 센터 어딘가요?
Q. 센터 수업 들어보신 중 효과 보신 분들 있나요?
Q. 비약물 치료 해보신 분?
Q. 한의원에서 ADHD나 틱 치료해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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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는 이미 누군가가 대부분 이미 했던 질문들을 반복적 올리는 엄마들의 질문들로 넘쳐난다. 나도 그랬다. 우리 모모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약은 언제 끊을 수 있는지? 성인까지 이어진 사례는 얼만큼인지... 모두 두려움과 불안 가득한 질문들을 카페에 쏟아낸다. 오전 게시글은 약을 먹이고 등원이나 등교시킨 아이에 대한 짠한 마음과 죄책감이 섞인 엄마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엄마들이 서로 공감을 해주며 댓글을 단다. 오후가 되면 선생님께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을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서 약을 먹어본 사람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로 엄마 자신이 약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엄마들보다 많아 보인다. 정말 우울증 약을 먹겠다는 심산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닌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듦을 하소연하는 글이다. 서로 새로운 정보는 없는지, 한 줄기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싶은 엄마들이 마음이 이끈 그곳은 우리들의 대나무 숲이었다.
어쩌면 엄마들은 답을 다 알고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눈에 띄게 행동하고 유독 선생님께 지적과 꾸중을 들었던 친구들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할 것이다. 예전에는 체벌과 무서운 분위기 속에 ADHD아이들을 끌고 갔다면 지금은 아닌 사실이 더 고통스러워서 거기 모인 것이다. 예전이면 그냥 친구들끼리 있을 수 있는 문제들도 각자 엄마에게 전화 한 통으로 피드백이 가고 각자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시대에는 ADHD들을 기다려 줄 학부모는었다는 것이 엄마들을 더 힘들게 한다. 전화벨만 울려도 학교 번호만 떠도 손이 벌벌 떨리고 불안증이 올만큼 엄마들은 지쳐있다. 차라리 아이를 다른 핑계를 대고 등교를 시키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 양육자인 엄마가 인지하고 받아들인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 누가 다른 가정의 사정을 봐주겠는가?
그 카페를 가입한 지 7년째인 오늘도 카페에는 내가 처음 가입했을 때 물어보았던 질문들이 여러 개 올라오고 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답을 알지만 너무 절망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불안한 마음에 글이라도 적어 보는 것이다.
오늘도 녹색창 대나무 숲에는 엄마들의 한숨 섞인 걱정과 하소연이 바람에 일렁인다. 세상에 아이와 나와 단 둘만 냉혹한 현실에 내쳐진 것 같은 두려움 마음을 앉고 서로가 함께 있다는 것에 위한을 삼으로 그렇게 엄마들은 앞으로 몇 년은 그 대나무 숲을 서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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