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완벽주의자

허무함의 끝

by 이도연 꽃노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무대와 공간이 바뀌어도
나의 광끼는 멈추지 못했다.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


결혼 후 시작된 유학생활 중에도 습관처럼 굳어진 내 성격과 강박은 늘 나를 괴롭혔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을 추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주목을 받을만한 모범적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나의 무의식 적인 생각이 내 마음 저 밑에 숨어 틈틈이 나의 틈새를 노렸다가 불쑥불쑥 공격을 해왔다.


외국인 유학생이라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관문 ESL 영어 시험이었다. 쓰기 시험과 인터뷰 시험으로 나누어진 입학과정 시험에 대비에 나는 나를 피곤하게 했다. 아니, 옆에 있는 남편까지 피곤하게 했던 것 같다. 결국 ESL시험은 합격점을 받아서 정규 수업만 들어도 됐다 유학기간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뿌듯함도 잠시 나는 나를 셀프검열을 하며 매일 최고의 학생이 되기 위해 경부마 같은 유학생활을 했다. 내가 처음으로 결정한 퇴사와 결혼 그리고 유학생활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삶을 이끌어 갈 수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그렇듯 나는 나를 채찍질하고 몰아세우며 학점에 목숨 건 한국인 유학생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빠진 나의 삶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나는 또 내가 없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고 판단되는 삶을 살았다. B학점을 맞으면 A학점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같은 과제를 다시 해서 제출했다. 당시 우리 학교는 과제 크리틱을 받을 때 나왔던 부족한 부분을 수정 개선해 가면 점수를 올려 주는 교수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일러스트 전공 수업 중 하나인 어린이 동화책 일러스트 수업을 가르쳐 주신 매트유 교수는 일 년 동안 그런 나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시다가 이렇게 말했다. “ 매일 그리고 수정한다고 한 번에 실력이 늘지 않을 수도 있단다. 평생 직업으로 할 일인데 100미터 달리기처럼 달리면 쉽게 지친다. 내가 네 나이쯤이었을 당시 난 너보다 그림이 형편없었지만 난 행복했다. 너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니?.” A학점은 필드에서 활동하는 작가정도 실력이 되어야 주는 점수다라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인정할 줄 아는 예술가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 교수님의 그날 조언은 내게 신선했다. 일단 그런 심도 있는 말을 영어로 들었다는 것에 신기했고 미국인이 보기에도 나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한 껏 긴장돼서 서커스를 보여주는 곡예사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다음부터 나는 조금 속도를 늦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엔딩은 늘 공허하다


학교에서 학기말에 여는 아트쇼에 뽑혀서 전시도 했고 점수도 모두 A를 맞아도 내겐 기쁨이라는 감정보다 공허함이라는 감정이 먼저 나를 맞이했다.


어린 시절보다 더 성장하였고 그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경제적여유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내 마음은 늘 빈곤했다. 일등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지만 한편에는 항상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무하고 무기력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영혼이 충만한 사람이 될까 나는 내가 답답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늘 채워지지 않는 내 마음속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 깊은 곳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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