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내면 아이가 키우는 10살 아이

나도 아직 5살에 멈추어 있다

by 이도연 꽃노을




내 어릴 적 내면 아이가
내 아들을 질투하고 있다.


1년쯤 심리 치료를 받았을 때 심리 치료 상담사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 지금 현재 도연씨가 가장 두렵거나 걱정되는 것이 뭔가요? "


"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저의 성격이나 트라우마를 제 아들에게 물려줄까 봐 걱정됩니다. 분명히 내가 어릴 적에는 그게 맞는 것이어서 그러게 했는데, 점점 상담을 받으며 상처받은 저의 내면 아이를 만나게 될수록 내가 나의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나 행동들이 나중에도 옳은 선택일지 아닐지 너무 두려워요."


" 아들이 점점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고 커 갈수록 아이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면 내가 강압적으로 아이에게 올바른 길로 가도록 또는 실수가 없도록 미리미리 챙겨주게 힘들기도 해요. "


" 아이가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에 두려운 것인가요? "


" 아이의 실수와 실패가 제가 실수한 것처럼 창피하고 속상해요. "


" 대부분 어떤 일들로 아들과 대립이 생기는 것 같나요? "



fernanda-greppe-7UOI1OZASZs-unsplash (1).jpg






추운데 무슨 샌들이야 운동화 신어야지



초등학생 아들과 나는 매일 전쟁이다. 남자아이여서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너무 어려서 철이 없는 것인지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를 해주려 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대부분 싸움의 발단은 아주 작은 문제들로부터 시작됐다. 가령 가을이 되어 계절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샌들을 신고 나가는 아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겨울이나 이제 찬바람이 불니까 운동화를 꺼내 신으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아들은 거짓말을 하던지 반대로 말을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아직 덥다던지, 아이들도 아직 다 샌들을 신고 다닌다 던 지. 그런 아들을 불러 세워서 등교 전부터 신발하나로 신경전이 벌어진다.


" 엄마 없는 애도 아니고 왜 계절에 맞지 않게 하고 가려고 해 "

" 난 괜찮은데.. 엄마 맨날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하더라"

" 엄마가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온도를 봐라. 지금 그 온도에 그게 어울려? "

"..........................."

아이는 입을 댓빨 내밀고 들리지도 않게 투덜 된다.

" 내가 안 춥다는데 뭐 어때서? 다른 애들도 다 여름 신발 신고와! "

이런 이야기가 들리면 나는 아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다 안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 너, 엄마나 너의 마음 모를 줄 알아? 너 운동화 꺼내기 귀찮으니까 그냥 갈려하는 거자나! "

이런 실랑이라 몇 분 오가면 늘 그렇듯 남편이 등장한다. 남자들은 짠 듯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그런 남편도 미워서 한마디 쏘아붙인다.


" 아니, 온도가 12도인데 아직도 샌들 신는 아이가 어디 있어? 엄마가 없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면 엄마 없는 애인 줄 알지 "

듣던 남편도 한 마디 한다.

" 남들이 엄마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중요해? 없다고 생각하라 그래. 애가 싫다잖아. 그리고 지가 샌들신고 갔다가 추우면 지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피해 버린다.


그냥 샌들을 신고 가버리는 아들과 돌아서는 남편이 들으라고 맨날 말버릇 처럼 하는 멘트를 날린다.

" 나는 5살 때부터 엄마가 신경 안 쓰게 다 하고 다녔어. 쟤는 왜 10살이 되도록 지껄 못 챙기는 건지 이해가 안 돼" 거의 뭐 라테는 하면서 옛날 나 어린 시절과 지금 아들과 비교를 하며 머리를 이해 안 된 다는 듯이 절레절레 흔든다.


lefteris-kallergis-j1GiPlvSGWI-unsplash.jpg







엄마 가방 좀 들어줘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사물함에 있는 물건 및 여러 가지 게시했던 작품들을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아이가 말한다. 그러면서 아들은 본인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서 후문 앞에서 기다리란다.

학교와 집은 10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그거 조금 들고 오는 게 뭐가 힘들다고. 빈 보조가방도 챙겨 주었건만 뭐가 문제인가 싶다. 그러면서 나는 또 한 번 라테는 시전을 펼친다.


" 엄마 초등학생 때는 폐품 가져가는 날도 있었어. 너 폐품이 뭔지 알아? 박스나 신문 이런 거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 가져가서 등교하면서 내는 거야. 비가 와도 우산 쓰고 가방을 메고 무거운 폐품까지 들고 갔는데 너는 학교도 가까운데 왜 엄마한테 가방을 들어달래니? 유치원생도 아니고?


" 엄마는 유치원 생일 때도 들어준 적 없거든. 다른 애들은 가방도 들어주고 엄마들이 씽씽도 미리 가지고 나와서 기다리던데? "


" 야, 네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엄마가 해줘. 나도 내 가방은 내가 들고 아빠도 아빠 가방은 아빠가 들잖아. 너도 네 가방은 당연히 네가 들어야지... 그렇게 아들 오냐오냐 키우면 버릇 나빠지는 거야. 지금은 편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고..."


아이는 내가 늘 그래왔기에 더 이상 말해 봤자 소용없다는 듯 별말 없이 학교로 갔다.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아파트 쓰레기 분리장으로 갔다. 같은 단지에 사는 아들 친구 엄마들을 만났다. 같이 쓰레기를 버리고 잠시 수다를 떨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애들 방학 이야기가 나왔고 아침에 아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 글쎄 아들이 가방을 들어달래더라. 엎어지면 코 닿으면 집인데. 3학년씩이나 된 것이 그 정도도 안 하려고 그래."

그 말에 돌아오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렇게 말을 했다.


" 아이고 아직 어리지. 그리고 진짜 못 들고 와서 그렇게 말하나? 엄마가 들어주고 관심받고 한창 그럴 나이지. 그거 해준다고 몸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못 이기는 척하면서 해줘 "



엄마들과 짧은 수다를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아들이 허물 벗듯 벗어 놓은 옷을 빨래 통에 넣으면서 '내가 너무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jakob-owens-BmH09wAkJa8-unsplash.jpg





아이와 싸우는 나의 심리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늘 두 분 다 집에 안 계셨던 나의 어릴 적 추억에는 엄마 아빠가 가방을 들어준다거나 옷을 챙겨 준다거나 한 적이 별로 없다. 오전반 오후반이 있을 때도 나는 혼자 시계를 보고 내 가방과 준비물들을 챙겨서 학교에 가곤 했다.


일찍 철이 든 아이 나라는 아이는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저리다. 아들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물론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 감정과 내 의견을 귀담아 들어줄 어른이 없었고,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 아직도 그렇게 자라지 못한 나의 내면 아이로 나의 아들을 바라보면 내가 받지 못한 호사를 나의 아이는 누리는 것 같은 느낌에 나의 내면의 자아가 어른이 된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와 아들과 대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4~5살에 머무는 나의 내면 아이가 나의 10살 아이를 육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닌 어렸을 때 처했던 환경에서 오는 결핍과 상처들이 아직도 내 마음과 기억 속에 아픈 상처로 남아서 나의 아이이 감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두렵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심리 상담을 신청했다. 나의 아들은, 나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억압하고 받았던 상처들을 고스란히 가슴 깊은 곳에 숨기고 마치 몸만 어른이 된 것처럼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게도 어떤 영양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무서웠다. 마흔 살이 넘어서 나를 알아가고 내가 심리 치료를 계속 다니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나의 어두운 생각과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생겨버린 관념들을 아들에게도 나도 모르게 심어 줄 순 없다고 판단해서 이다.


다 큰 어린이 되고 부모가 되어서야 나의 내면아이를 찾아 다선 다는 것은 쉽지도 않고 사실 다시 끄집어내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나의 내면 아이와 만나 화해하고 친해지고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나의 아들에게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jessica-rockowitz-o1Vyc7QgPzc-unsplash (1).jpg






전 아이에게 저의 트라우마와 감정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나의 내면 아이를 찾아서 화해합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