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공황발작으로 이어지고
임산부로서 갖춰야 할 영양 상태와 체력도 끌어올려 올렸다. 눈에 들어오는 이쁜 아기 용품과 가구들도 찜을 해놓거나 사서 아기방을 꾸몄지만 임신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실망도 하고 불임이 아닌가를 걱정하면서 인터넷을 뒤져 온갖 좋다는 것을 다하며 나의 하루는 임산 할 준비에 혈안이 되어갔다. 하지만 실패가 거듭될수록 초초하고 걱정만 늘어갔다.
그렇게 3년 남짓 노력이 이어지고 실패가 이어지자 나는 무기력해졌고 모든 게 귀찮아졌다. 그런 의기초침한 생활을 이어 간 어느 날 나는 자다가 새벽에 별안간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천장은 내려앉은 듯 눈과 거리가 가까웠고 어지러움이 몰려오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세상 공기를 다 없애 버린 것처럼 숨이 막히고 죽을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 잡혔다. 두려움에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니 눈을 비비며 방에 불을 켜고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숨이 멎기 전에 나의 상황을 알리듯 두서없이 빠르게 많은 말을 한꺼번에 하려고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아득해졌다. 그렇게 아파 본 적도 없으며 타국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당황하고 있을 무렵 점점 나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강렬한 경험에 나는 다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인터넷을 하면서 밤을 새웠고 남편은 별일 아닌 듯 심드렁하게 다시 잠을 잤다.
비싸고 느려 터진 미국의 의료시스템
그런 날이 일주일 정도 반복되었다. 나는 잠이 들면 또 숨을 못 쉴까 봐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었다. 그럴수록 밤마다 복통이 계속되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도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난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그리웠다. 911이나 엠뷸런스를 부르면 $1000 달러부터 가격이 책정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무서워서 나는 계속 내 몸이 알아서 나를 치유하기를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복통도 심해지고 어지러움과 숨 막힘이 계속되자 무서운 마음에 미국 산부인과에 전화를 했다. 임신은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하니 다른 과에 예약을 하라고 안내만 할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큰 병원에 검진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해보니 3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명 짧은 사람은 검사 대기 하다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한국의 의료보험 혜택 및 빠른 진료 시스템이 너무 그리웠다. 그렇게 2~3일 참다가 안 되겠어서 난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미국 기초 검진 가격보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한 뒤 엄마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입원을 10일 하는 게 더 저렴하다는 계산에서 더 손쓰기 어렵기 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의료시스템은 한국이 최고
남편은 학기 중이었기에 나 홀로 한국으로 건너가야 했다. 공황발작과 복통으로 식은땀이 났지만 나는 비행기 탑승 거부를 당할까 봐서 환자라는 것을 속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아픈 척은 하지도 못하고 12시간을 참아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응급실 가기엔 애매하고 시간을 지체하기엔 불안했지만 엄마와 나는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됐다. 첫 진료과를 내과로 잡고 싶었지만 3.1절 휴일을 앞두고 당일 진료가 가능한 과는 비뇨기과 밖에 없었고 난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왼쪽 아랫배 통증이 심하고 식은땀 나서였을까?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은 요로 결석을 의심하고 검사를 했지만 요로 결석이 아니었으며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 소견으로 정상 소견이 나왔다.
일단 3.1절을 하루 앞둔 시기였기에 불안해서 집에는 가지 못하고 그 길로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다. 입원을 한 날에도 첫날에도 어김없이 불면증으로 시달렸고 복통도 지속 됐으며 새벽이 되자 숨이 막혔다. 빨간 버튼을 누르자 간호사와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산소초화도를 재는 기계를 신속히 가져와서 내 검지 손가락에 끼웠다. 그리고는 잠시 후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간호사도 별일 아니라는 듯 산소 포화도 정상이라는 말만 남기고 모두 돌아갔다.
휴일이 지나고 산부인과와 내과도 차례대로 검진을 받았지만 검진 결과는 그 병원에 입원한 그 어떠한 환자보다 건강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리고 통증이 남아있다는 나를 병원에서는 퇴원을 시켰다. 나는 친정집에서 매일 밤 복통과 어지러움 매스꺼움 그리고 숨 막힘으로 지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퇴원을 시키니 마치 불치병에 걸린 환자처럼 느껴지고 너무 불안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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