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벌써 임산부
슬기로운 임신준비
나는 없는 걱정도 만들어 내는 상상력 좋은 프로걱정녀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여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 중이었던 우리 부부는 공부를 핑계로 강박적으로 2세 계획을 미뤘다. 꼼꼼하고 철저한 피임으로 우린 3년 동안 달콤한 신혼 생활을 헐 수 있었으며 원하는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남편은 학부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때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2세 만들기 작전에 들어갔다. 언제 임신할 줄도 모르면서 철분제와 엽산제를 미리 복용했으며 어떤 유아 제품이 좋을지 임신도 하기 전에 찜을 해놓기도 했다.
제대로 된 운동화도 없을 만큼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임신준비를 위해 체력 만들기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집 앞 20분 산책도 어려웠던 내가 집에서 5킬로 남짓한 거리에 있는 pier31까지 한 시간 정도에 왕복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나는 딸을 원했고 남편은 성별은 상관없다 주의였다. 임신하기도 전이니 당연히 성별을 알리 없었지만 극성스러운 나는 거실하나 방하나 화장실 하나인 아파트에 방을 아기방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항상 성별을 몰라서 어떤 색으로 꾸밀지 걱정이었지만 남녀 성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노란색 보라색 그리고 그린색 위주로 아기방 만들기를 시작했다. 임신하지도 않은 아이의 방을 만들려고 우리의 침대는 거실로 재배치 됐고 컴퓨터도 거실로 덩달아 나오게 됐다. 남편은 임신되면 그때 준비해도 늦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임신하면 무거운 거 못 들고 피곤하면 안 된다면서 주인 없는 방 만들기에 집중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책 없고 임신에 임자도 모르는 모르는 여자였다.
계속된 임신 실패
그렇게 바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우리 부부에게 2세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1년 정도시도한 임신실패를 맞보고 나서 나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아마존에서 베란 테스터기를 샀다. 미혼일 때는 알지도 못한 신문물이었다.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는 황체 형성 호르몬(LH)이라는 주요 임신 호르몬의 수치 변화를 측정하여 베란 주기마다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2~3일을 알려준다. 그럼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가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이라고 표시해 주면 남편과 나는 2세 만들기를 위한 거사를 치렀으나 매번 임신에 실패했다.
남편과 나의 자연스러운 감정과는 상관없이 숙제하듯 베란 테스트기가 점지해 준 날짜에 사랑을 나누고 임신 실패를 반복적으로 겪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임신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난 실망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공부한다고 2중으로 피임을 했던 기간을 후회하기도 했다.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막상 내 아이를 임신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언제부턴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미국 아이들이 그렇게 이뻐 보이고 질투까지 났다. 매번 좌절된 임신 실패로 정신이 황폐해진 탓 인지 자연임신을 포기하고 입양이라도 해서 임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자연임신이 안되더라도 시험관까지 할 생각은 없었었기에 궁여지책으로 입양을 생각하기 시작할 때 남편은 입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임신이 안되면 둘이 여행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임신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마음에도 없는 입양 이야기를 한 것 같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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